“대학생을 위한 원룸형의 경우 보증금 2700만원에 월세가 10만8천원, 보증금 500만원은 월세가 18만원 정도 됩니다. 책상과 냉장고, 가스렌지 등이 빌트인으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공사현장에 미리 만들어놓은 견본주택에 들어서자 가좌사업소 이승재 소장의 설명처럼 16제곱미터 원룸이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다소 좁은 느낌도 있었지만, 넓은 창호를 설치해 답답한 느낌도 많이 줄였다. 대학생이 생활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경의선과 공항철도가 지나가는 역세권, 반경 5km 이내에 10개 대학이 있는 가좌역 바로 옆에서 10만원대 월세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근 시세의 60~70% 선이다.
이처럼 월세를 싸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국유지인 철도부지 위에 지어져 땅값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가좌지구는 그동안 무허가 건물이 난립해있던 철도부지 위에 건설됐다.
마침 차량기지로 가는 기차가 행복주택 공사장 옆으로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철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고, 건물 지하로는 공항철도까지 통과하는데 진동이나 소음은 괜찮을까.
실제로 가좌지구 행복주택을 지을 때 가장 신경을 쓴 것 가운데 하나가 전철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문제였다. 이 소장은 “수직부위에는 진동패드, 수평부위에는 방진매트를 적용하는 공법을 썼고, 저층부에는 방음벽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음환경평가 결과 소음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좌지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철로 위를 지나는 인공데크다. 인공데크 위에는 입주민과 인근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과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간 철로로 단절돼 있던 마포구 성산동과 서대문구 남가좌동이 이어지는 지역정비 사업의 효과도 거뒀다는 평가다.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 국유지를 활용해 대학생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행복주택 사업은 그동안 대상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 등에 부딪혀 사업지정이 해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가좌지구의 경우도 사업 초창기에는 지역의 반발이 있었지만, 사업이 마무리 단계인 지금은 반기는 입장이 더 많다고 한다. 국토부 하동수 공공주택추진단장은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 어두침침하던 철도부지가 깔끔하게 정비되고, 인공데크로 단절된 지역이 연결되면서 오히려 주변 집값이 더 올랐다”고 말했다.
한계는 있다. 가좌지구의 경우 거의 한 세대당 1억원의 공공재원이 들어갔다. 행복주택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차원에서 시행되는 것이지 민간이 따라할 수 있는 사업영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부터 서울 가좌역을 비롯해 서울 상계장암, 인천 주안역, 대구 혁신도시 등 4곳에 모두 1638세대에 대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다음달 21일부터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주변에 대학이 많다는 점 때문에 행복주택 가좌지구는 대학생 특화단지로 건설됐다. 전체 362세대 가운데 223세대가 대학생에게 공급된다. 또 36제곱미터로 면적이 넓은 25세대는 신혼부부에게, 중간 크기인 29제곱미터는 사회초년생과 노인세대 등에 배정된다.
입주자 선정은 순위와 배점이 높을수록 유리한데, 대학생은 행복주택 인근 대학교 대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인 경우 1순위가 되고, 부모가 모두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높은 배점을 받을 수 있다.
사회초년생은 해당 지역에 소재한 직장에 재직하거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1순위로 배정되고, 해당 지역에 3년이상 거주하면서 청약저축을 24회 이상 납입한 경우 배점 3점을 얻을 수 있다.
신혼부부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1순위), 그 지역에 있는 직장이나 대학에 다니면 가장 높은 점수인 3점이 배점된다.
공급물량의 50%는 순위와 배점이 높은 순서대로 입주자를 선정하고, 우선배정에서 탈락한 신청자들은 다시 추첨 방식으로 나머지 50%를 채우게 된다.
행복주택 거주기간은 기본 6년이며,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거주 중 취업이나 결혼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자격을 갖출 경우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