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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통신자료' 퍼주는 이통사, 버티는 네이버…그 이유는?

IT/과학

    수사기관 '통신자료' 퍼주는 이통사, 버티는 네이버…그 이유는?

    포털, 통신자료 넘겼다간 '대규모 이탈'…통신사, 개인정보 넘겨도 이탈 걱정 無

     

    수사기관의 영장 없는 통신자료 수집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사와 포털사의 상반된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는 정보·수사기관의 영장이 없어도 통신자료를 계속 제공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 네이버, 개인정보 제공에 法 "문제없다" 판결에도 개인정보보호 방침 '고수'

    네이버는 이른바 '회피 연아' 사건 관련 대법원에서 승소,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이용자 신원정보를 제공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지난 2010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을 환영하면서 김연아 선수의 어깨를 두 손으로 두드렸고 이를 김 선수가 피하는 듯한 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퍼졌다. 그러자 유 전 장관은 이를 게시한 누리꾼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회피 연아' 사건은 시작됐다.

    얼마 안 돼 유 전 장관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이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명예훼손 조사를 받은 차 모 씨가 네이버에 위자료를 청구했다. 수사기관의 요청을 받은 네이버가, 영장이 없는데도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망각하고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아이디 등의 정보를 넘겼다는 이유에서다.

    1심에서는 차 씨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차 씨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포털의 정보제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포털은 물론 이동통신사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공익 여부나 적절성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아울러 기업들을 상대로 이용자 통신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승소와 관계없이 사회적 합의가 형성될 때까지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고 서비스 전체 영역에서 사생활보호 철학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지켜온 '영장이 없으면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넘겨주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켜나가고 있다.

    카카오 역시 통신자료 제공 요구에는 현재 협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네이버에 대한 판결 이후 향후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미국 애플-FBI의 논쟁에서도 애플은 개인정보보호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통신자료 요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도 행보를 같이한다.

    반면 국내 이통 3사는 이와 정반대다. 신규 서비스 출시를 비롯, 각종 경쟁에서 서로 '최초'라고 우기며 싸우던 3사는 이례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현재 방침에 변화는 없다"며 입을 모았다. 영장 의무화 등 관련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해서 정보·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통신자료 제공 현황에 따르면, 문서 수로는 56만27건, 전화번호는 590만 1664건에 달한다. 연간 1000만건 이상의 이용자 통신자료가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서 자신의 개인정보도 이통사를 통해 넘어갔는지에 대한 확인 요청 또한 잇따르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루 10여 건이던 요청이 이달 들어 50배 넘게 증가, 하루 5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KT는 접속 폭주로 담당 인력을 추가 배치했고 LG유플러스 역시 예전보다 확인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 포털, 통신자료 넘겼다간 '대규모 이탈' …통신사, 개인정보 넘겨도 이탈 걱정 無

    포털은 이통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를 그대로 넘겨줘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이에 응하면 사업 특성상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사생활 보호'라는 서비스 기본 철학과 상충하는 데다 이용자들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 시장은 누구나 진입 가능한 무한경쟁 시장인 만큼, 언제든지 국내외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 때나, 테러방지법이 통과됐을 때, 많은 카카오톡 가입자들이 텔레그램 등으로 이른바 '메신저 망명'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와 수사협조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어떤 것이 우선인지 아직은 사회적 합의가 덜 됐다고 봤다"면서 "이용자 정보보호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하면, 이는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보보호에 힘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통사가 영위하는 '기간통신산업' 시장은 국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받아 허가된 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어 제한된 경쟁이 벌어지는 구조다. 즉 기본적으로 독과점 형태에다 당연히 해외 통신업체 진입도 불가능하다.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더라도 가입자들은 다른 대체 서비스로 이동조차 할 수 없다. 이통사는 포털처럼 가입자 이탈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것이다.

    포털 한 관계자는 "이통사가 통신자료를 계속 수사기관에 넘긴다해도 가입자들이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통신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통신사는 대체제가 없다는 것을 믿고 정작 중요한 고객정보보호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모호한 법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사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여기서 "~ 따를 수 있다"는 표현을 두고 대법원은 사업자가 실질적 심사 없이 요청에 응했을 경우 '책임이 없다(위법성이 없다)'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사업자가 관련 법상 수사기관의 요청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넘긴 이통사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애매한 법 조항을 '개인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명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수사기관 눈치만 보며 고객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면서 "외국 IT기업이나 이번 네이버의 결정처럼 고객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통신사들이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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