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자료사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43년 만에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머무르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무실로서의 명분이 사라진 만큼 그룹과 호텔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일 그룹에 따르면 롯데 그룹과 호텔롯데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이 집무실 및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공동 호텔 34층의 공간 활용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호텔롯데 대표의 집무실로 34층 공간이 사용됐지만, 신 총괄회장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면서 공간에 대한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에서는 대표이사의 집무실 성격으로 공간을 내주고 사용료를 부담을 해왔는데 이제는 신 총괄회장이 호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그룹과 호텔 관계자들이 공간 활용과 비용 정산 부분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격호 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중 절반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주소지는 평창동으로 돼 있지만 약 3~4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이곳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신 회장 뿐 아니라 신동주 전 롯데그룹 홀딩스 부회장이 고용한 비서와 안전요원 등 다수가 상주해있는 상태이다.
이 곳은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고 비상 계단도 막혀 있어 특수키를 가진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다. 신동주 총괄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언론에 집무실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34층은 경영권 분쟁중인 두 아들의 신경전이 벌어진 공간이기도 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 신동빈 회장의 직위해제 지시서에 서명한 곳도, 신영자 이사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호원과 승강이를 벌인 곳도, 본인이 직접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장남이라고 밝힌 곳도 34층이었다.
이 공간에 대한 소송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10월 송용덕 당시 호텔롯데 대표와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가 신동주 회장을 돕는 SDJ코퍼레이션 소속 민유성 고문과 정혜원 상무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비방 인터뷰를 해 그룹 명예를 훼손하고 34층 신격호 회장 집무실에 SDJ 임직원을 무단 출입시켜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명의의 '통고서'를 신동빈 회장에게 보내며 집무실 관리를 자신이 총괄하겠다고 맞섰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장이 돼 버린 34층은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호텔롯데의 이미지도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고민도 깊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롯데 소속 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호텔 34층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소송도 진행중이다. 집무실에 대한 명분도 사라진 만큼 호텔롯데에 피해를 줄 수 없어 공간에 대해 재논의를 해야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