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법원 청사 전경
"이젠 버틸 수 없어서, 지옥 같은 곳에 서 있다고 느껴져서 죽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죽을 사람은 아빠라는 그 사람입니다. 제발 처벌을 해서 제 눈앞에서 영영 나타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을 제대로 방어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던 한 여성 A(20)씨의 절규다.
이 여성은 2007년 봄 무렵 아버지인 김모(50)씨에게 처음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김씨는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딸 A씨에게 유방암 검사를 한다는 이유로 가슴을 만진 것을 시작으로 그때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성추행을 일삼았다.
김씨는 밤, 낮, 저녁, 새벽 등 시간을 가리지 않았고, 방이든, 부엌이든 A씨의 남동생이 있든 없든,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김씨의 '몹쓸 짓'은 지난해 2월 하순 여동생의 대학교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A씨를 '만지고 비빈' 이후에야 끝이 났다.
'아버지'라는 이유로 참고 참았던 A씨가 더는 참지 못하고 김씨의 만행을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A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2007년부터 9년여 동안 모두 18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을 당했다.
깊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불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서는 동안 김씨는 대부분의 범죄를 부인하다가 A씨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서야 잘못을 인정, A씨에게 또 한 번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했다.
김씨는 양심의 가책도 없었던 듯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1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 관계에 의한 강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는 80시간으로 줄여줬다.
재판부는 "친아버지로서 누구보다 피해자가 건전한 성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보호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가 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생 시절부터 장기간 추행한, 죄질이 극히 불량한 반인륜적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양해왔다거나 뚜렷한 처벌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할 수 있다 해도 친딸에 대한 친부의 추행 범행이라는 이 사건 범행의 특성상 이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