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동의만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다. (사진=자료사진)
보호자 동의만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4일 오후 2시 정신보건법 24조 1·2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놓고 공개변론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 조항은 정신의료기관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1인인 경우 1인)의 동의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입원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호 의무자는 민법상 부양 의무자나 후견인을 말한다.
재산 문제 등을 놓고 자녀가 부모를, 이혼한 배우자가 상대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는 사례 등이 문제가 돼왔다.
앞서 2013년 11월 자녀들의 동의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돼 약물투여와 격리 등의 조치를 당한 박모(60)씨는 두 달 만에 외부와 접촉해 변호인을 통한 인신보호 구제를 청구했다.
박씨는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자녀들이 퇴원에 동의해 병원을 나왔고, 법원은 신체의 자유,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박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이 위헌제청을 한 이유는 "강제입원 요건이 완화돼 있고,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의 이해충돌 우려에 대한 대책이 없는데다 정신의료기관의 입원 필요성 판단도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 조항이 입원 과정에서 정신질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도 않고, 공정한 판단을 받을 절차도 없다고도 법원은 지적했다.
공개 변론에서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강제 입원이 사후적 구제수단만을 마련해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환자수가 정신의료기관의 수익으로 직결돼 의사가 입원 필요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신질환자가 입원 여부 결정에 관해 의사능력이 없다고 단정해 본인의 의사결정권은 배제한 채 제3자인 보호의무자가 의사결정을 대리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게 박씨 입장이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에 의하지 않고는 강제 입원시킬 수 없도록 했다"며 "적시치료를 도모하려는 규정"이라고 반박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보호의무자와 정신질환자 사이 이익충돌로 강제입원이 오·남용될 위험은 있지만, 이는 감금죄 같은 형사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개변론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안석모 사무총장이 박씨 측, 제주연강병원 강지언 이사장이 복지부 측 참고인으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