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한 채 감사보고서를 잘못 작성했다면, 자본잠식상태인 줄 모르고 주식을 사들인 피해자 측에 손해의 40%를 배상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주식 양수인인 A회사가 B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B회계법인은 6억 원을 A회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많은 M&A를 통해 계열회사를 확대해온 기업집단에 속한 A회사는 2011년 8월 C회사의 주식80만여 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C회사는 상당한 규모의 자본잠식상태였던 게 뒤늦게 드러났다.
2010 사업연도 재무제표 상 매출채권, 단기대여금 및 자본의 과대계상에 의한 부실기재, 어음금채무 누락 등이 있었는데도 B회계법인은 '적정' 의견을 감사보고서에 냈던 것이다.
A회사는 주식 양도인들의 사기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며 주식양도대금 반환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회계법인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대법원은 "만약 A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를 알았다면 C회사의 미래가치만 보고 이 사건 주식을 매수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원심을 수긍했다.
이어 "감사보고서가 분식회계 사실을 반영했다면 A회사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회사의 손해와 B회계법인 잘못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A회사가 매수한 80만주의 매매대금 약 15억 전액을 A회사의 손해로 인정하면서도 B회계법인의 책임은 4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