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012년 민사소송 과정에서 호서대 Y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측의 의뢰를 받아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수천만원을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은 Y교수가 옥시 측의 의뢰를 받고 재판부에 진술서를 제출한 사실을 파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2012년 1월 피해가족 4명의 공동대리인이 서울중앙지법에 첫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뒤, 같은해에만 수십여명이 산발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Y교수는 그해 진행된 최소 3건의 민사소송에 같은 내용의 진술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Y교수가 작성한 진술서는 옥시 측 변호를 맡은 대형 법무법인 김앤장을 거쳐 재판부에 제출됐다.
해당 진술서에는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 절차와 과정이 국제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것이었다.
Y교수가 정부 발표를 반박한 근거를 적은 내용은 총 11장 가운데 5장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Y교수의 독성학회장 경력, 보유 중인 미국 자격증, 논물 제출 내역 등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특히 검찰은 진술서가 제출되기 직전인 2012년 초 Y교수의 계좌로 한차례 수천만원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인하고 돈의 성격을 살펴보고 있다. 옥시 측에 유리한 자료를 제출해준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옥시 측과 Y교수가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기로 사전에 합의하고 그 대가를 주고 받은 것이라면 대가성 금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서 검찰은 Y교수가 옥시 측의 의뢰를 받고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거쳐 '살균제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을 이미 파악했다.
Y교수는 대가성 재판자료 제출 및 보고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정당하게 실험을 해 받은 자금일 뿐"이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식으로 옥시 측에 유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서울대 C교수도 1천만원 상당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옥시 측과 짬짜미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옥시 측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지난 2월 초 특별수사팀 출범 이후 진행된 첫 압수수색 직전 임직원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대거 삭제하고 서류를 파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해물질 PHMG 인산염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등 각종 자료들을 옥시 측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없애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옥시 관계자들을 소환해 옥시 내부 직원이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의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옥시 인사담당 임원 김모씨를 소환해 2001년부터 16년치 중요시점별 인사내역과 당시 운영 전반을 집중 추궁한데 이어 이날 옥시 민원담당 관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