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제49회 과학의 날· 제61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과학의 날·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행사 직전 만나 공로를 치하한 원로과학자 6명은 미국 등지에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귀국해 '과학입국'의 토대가 됐다. 주요 과학자들의 집단 귀국에 대해 당시 미국 정부는 "세계 유일의 역(逆) 두뇌유출 사례"라며 경악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환담한 원로는 김은영(79·화학), 김훈철(83·선박), 문탁진(82·재료), 안영옥(84·화학), 윤여경(81·경제), 장인순(76·원자력) 박사다.
김은영(독일)·장인순(캐나다) 박사를 빼고 다른 5명은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 고국으로 돌아왔다. 장인순 박사는 1979년 원자력연구소에, 다른 이들은 1967~196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투신해 고국의 발전에 기여했다.
박 대통령은 각각의 원로와 인사를 나눈 뒤 "당시 선진국에서 안정된 생활을 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부름에 기꺼이 응해서 장비도 제대로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연구개발에 젊음과 인생을 다 바친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치하했다.
또 "당시 험프리 미국 부통령이 'KIST의 인재유치는 세계 유일의 역두뇌유출 사례'라고 말했다는데, 이 분들의 애국심으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영옥 박사는 환담에서 "KIST가 1966년에 설립됐지만 1963년경부터 연구소 설립하려는 준비가 있었다"면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미국 정부에 보냈던 협조요청 서한을 박 대통령에게 건넸다.
문탁진 박사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모든 중요한 일들을 KIST에 맡겨서 힘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훈철 박사는 "KIST의 연구소 시스템과 인프라를 기업에 직접 전수했다. 그 기업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윤여경 박사는 "KIST 초창기에는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기술을 도입해 개량할까를 고민했다. 연구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는 꿈도 꿀 수 없었다"며 "종합제철사업 기획 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당시 대통령과 부총리가 'KIST에서 해 보라'고 지시해 성공시켰다"고 소개했다.
김은영 박사는 "KIST에서 연구자 생활을 시작해서 정년퇴직까지 근무했다. KIST에서 일생을 보낸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을 때, 단기적 도움 대신 KIST 설립을 요청했다"며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이렇게 일으킨 데는 과학기술이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장인순 박사는 "언젠가는 미국 땅에 우리 원자로를 짓겠다는 다짐으로 일했다"고 회고해 "지금 스마트(SMART, 한국형 중소형 원자로)를 사우디에 수출하기 위해 설계를 하고 있는데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냐"는 박 대통령의 답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