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징역형 선고가 나온 뒤 국민의힘 내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가장 약한 고리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사이에서 여권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25일 선고 후 중수청을 공략하기 위한 본격적인 민생 정책들을 내놓겠다는 구상이지만, 여권 내에서도 중수청을 잡기 위한 비책은 누적된 김건희 여사발(發) 리스크를 일부라도 해소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다.
여권 지지율을 견인하는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이 대표 선고 후 대체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조사마다 편차가 있지만 민주당을 바투 추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 선고 전후로 반등 기미가 전혀 없는 중도층 민심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1월 3주 전국지표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7%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도 소폭 올라 30%로 올라서 민주당을 1%p 차로 추격했다.
19~21일 실시된 갤럽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28%, 민주당 34%로 큰 변화는 없었다. 양당 모두 반년 전과 비교해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눈에 띄는 지점은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갤럽 조사에서는 민주 31%, 국민의힘 19%, 전국지표조사에서는 민주 28%, 국민의힘 23%로 나타났다.
여권의 반등세는 이 대표에 대한 유죄 선고에 따라 중도층이 움직인 결과가 아니라, 친윤-친한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주춤했던 영남권 지지율이 제자리를 찾은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수도권 초선의원은 "집토끼(전통적 지지층)가 영원히 집 밖에 나가있지 않는다. 대통령 담화에 이어 상대 진영이 더욱 강하게 붙으니, 우리 진영에서도 반응하는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25일로 다가온 위증교사 재판에서 이 대표가 유죄를 받더라도 여론이 국민의힘에 급격하게 기울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게 일반 국민들, 특히 중수청 국민들은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깨져 있는 상태"라며 "여전히 사이다 같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 유의미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진당했다.
이에 한 대표 역시 연일 민생 행보를 보여주면서 12월 내 '먹사니즘'에 버금가는 민생 정책 시리즈를 발표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는 정책과 관련한 한 대표의 최근 발언을 놓고 실효성과 신선함 측면에서 호평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놓고 민주당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지만, 중도층에서 특검법 찬성 비율은 69%에 달한다. 수도권과 청년층에서도 찬성 비율이 반대 비율보다 3배 가량 높다(전국지표조사).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던 한 대표가 정작 특검법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면서, 친한계 일각에서도 엇박자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친한계 의원은 "여론조사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꾸준한 찬성 여론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민생 정책과 이재명 때리기, 투트랙으로 가더라도 결국 국민들 보기에 쇄신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