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강·특·자가 장악한 '학종' 대입…흙수저들은 발만 동동 (계속) |
"동아리활동 大入 도움돼, 안돼…어느 장단 맞추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전형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니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답답한 건 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마찬가지고요."
천안여자고등학교 3학년 길윤서(19)양은 지방 수험생의 경우 정보가 더욱 부족해 입시 준비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주요 4년제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는 길양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데 어떤 선생님은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선생님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4일 CBS노컷뉴스가 대학교육협의회에 공시된 대학 입시 전형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신학대 제외)의 전형(명칭기준) 수는 모두 745개로 집계됐다. (사진=자료사진)
◇ 전국적으로 2000여개 전형…한양대·중앙대 26개씩24일 CBS노컷뉴스가 대학교육협의회에 공시된 대학 입시 전형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신학대 제외)의 전형(명칭기준) 수는 모두 745개로 집계됐다.
대학 1곳당 평균 20.7개다.
한양대와 중앙대의 경우 전형 수가 26개씩이나 됐고, 이화여대도 25개의 전형이 있다.
연세대(19개), 성균관대(18개), 고려대(17개), 서강대(11개) 등도 10개 이상의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주요 대학 중에선 한국외대(9개)와 서울대(8개)가 그나마 전형 수가 적은 편에 속했다.
전국 193개 대학의 입시 전형을 모두 합하면 2000여개(전교조 추산)에 이른다.
그나마 정부가 지난 2013년 대학 1곳당 6개가 넘지 않도록 대입 전형을 줄이라고 주문하면서 1000여개가 줄어든 것이지만, '수시4개 정시2개'라는 간소화 전형 원칙은 아직 구호에 그치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대학 입시의 대세는 '학종'…강·특·자가 장악더 큰 문제는 대입 정원의 70% 이상을 뽑는 수시전형이 부유층이 밀집한 서울 강남 소재 일반고나 특목고·자사고(강특자)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수시전형의 핵심인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이 내신성적뿐 아니라 교내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7가지 비교과활동도 평가하는데, 대부분 강특자가 우위를 점하기 마련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교수 등 전문가와 함께 연구를 수행하고 소논문을 쓰는 과제연구 프로그램을 강특자 학교에선 학부모나 동문을 섭외해 '교내 비교과 활동'으로 운영한다"면서 "지도교수를 섭외할 수 없는 대다수 일반고의 학생들은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대회에 나가 과제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를 지원했다가 낙방한 서울 은평구의 한 일반고 졸업생인 이유진(20)양은 "학종에서 특목고나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느낀다"면서 "예를 들어 과학고는 과학 관련 교내 대회를 많이 개최해 비교과 교내활동을 채워주지만, 일반고는 그에 비하면 한참 못미친다"고 말했다.
비 강남권의 일반고 학생들에 불리한 학종 입시는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는 이미 수시모집(2016학년도 입시 기준 정원의 75.6%를 100% 학종으로만 선발했다.
고려대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정원 85%를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고, 이 가운데 학종 비중을 72%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많은 대학들이 학종뿐 아니라 다른 수시전형에서도 자소서와 학생부를 바탕으로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2단계로 면접을 치르는 등 학종과 유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결국 학생이나 학부모가 홀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입시컨설팅 업체만 활황이다. (사진=자료사진)
◇ "과외 선생님 번호, 공유 안해요"…정보력 없는 흙수저만 답답결국 학생이나 학부모가 홀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입시컨설팅 업체만 활황이다.
지난 20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의 한 대형 입시컨설팅 업체를 찾았을 때도 상담 스케줄이 100% 꽉 차있었다.
상담 예약의 70%는 현 고3 학부모들이지만, 고1~고2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이 업체의 대표는 "학교별로 계량화된 선발기준이 없는 학종이 입시의 대세로 자리하면서 정보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일선학교에선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보니 컨설팅 업체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교실 밖 정보 확보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해서 강남의 한 수험생 학부모 이희정(44)씨는 "사교육 과외 선생님 전화번호는 절대 공유 안하고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하더라"고 전했다.
모 외국어고 1학년 자녀를 둔 김은영(47·여)씨도 "수시는 1학년 1학기 점수도 들어가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면서 "예전에는 엄마들끼리 정보도 공유했다지만 요즘은 좋은 정보는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교과 성적만으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교육 여건 속에, 경제력이나 정보력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흙수저 수험생들만 가슴을 치는 상황인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대학진학 쏠림현상을 연구한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김영철 교수는 "수능과 내신을 준비해야 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입시 제도로는 사회경제적으로 배경이 좋은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