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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40년 만에 밝혀진 대북침투공작의 진실

    구광렬 신작 장편 소설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

     

    1968년. 남한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1.21 사태', 일명 '김신조 사건'. 무려 31명의 공비가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지근거리까지 침투했던 이 사건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북한에 대한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키며 남한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습격과 느닷없는 대통령 암살 기도. 그러나 '1.21 사태' 이전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복수의 고리'가 있었다. 구광렬 작가의 신작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는 바로 그 고리를 밝혀내어 알리는 장편소설이다.

    '1967년 北 응징보복작전'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방부 기밀사항이었다. 2008년 10월 8일, 기무사령부에 대한 국정감사 시, 문서의 보존연한이 경과함에 따라 그에 관한 자료들이 일부 국방위원들에게 제공되면서 이 사실은 세상에 알려졌다. 북한 무장공비의 대남침투와 요인암살이 빈발했던 1960년대. 일가족이 몰살당한 '김두표 중령 살해사건' 이후 박정희 대통령과 남한 방첩부대는 대남침투를 저지하기 위한 보복성의 대북침투공작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런데 당시 지휘관을 제외한 대원들은 놀랍게도 모두 전향한 공비들이었다.

    작가 구광렬은 전향공비들의 대북침투공작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작품으로 써내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했다. 또 '北 응징보복작전' 자료를 입수한 뒤, 수차례에 걸쳐 지휘관이었던 실제인물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들의 침투경로였던 최전방 비무장지대 인근을 여러 번 답사한 후에 '각하, 죽은 듯이 살겠습니다'를 집필함으로써 잊혀진 과거를 복기해냈다.

    소설 속에는 당시의 상세한 작전내용과 작전목표 및 수행사항을 비롯해, 이를 지휘했던 지휘관의 대의, 공비였던 대원들에 대한 의심과 고민, 그들과 인간적으로 교류하면서 느꼈던 감정들, 전향해서라도 자유와 생존을 바랐던 대원들의 희망, 조국과 고향을 버리고 남에서 북으로 총구를 돌려야 했던 대원들의 번민이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작가의 핍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전향공비들의 생사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살아도 사는 게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게 아닌 '역사의 유령'으로 세상을 떠돌고 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름이 잊혀진 인물들을 소환하고 그들에게 개별적인 역사성을 부여하여 한국 사회가 책임지지 않았던 초혼 의식을 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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