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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스토리] "밥도 굶어가며 일궈 낸 곳이야" 갈라선 노량진수산시장의 '통한'

사회 일반

    [영상스토리] "밥도 굶어가며 일궈 낸 곳이야" 갈라선 노량진수산시장의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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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동안, 밥도 못 먹어 가면서 이 자리를 일궈낸거야."

    큰 목소리로 호소해도 철옹성처럼 버티고 선 수협 직원들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할머니의 목소리만이 허공에서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다.

    비단 할머니만이 아니다. 아직 노량진 구 수산시장을 떠나지 못한 상인들은 생애 전부를 바쳤던 피땀 어린 삶의 현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 : 박종민기자)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러간다. 당시 기자는 상인들의 집회를 취재하고자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 수산시장을 처음 찾았다. 그 때까지만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협과 상인회는 의견이 엇갈렸다. 상인들은 신축 건물 입주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수정 요구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신축시장 완공 전이기에 상인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것이라 믿었고, 수협 측도 협의를 통해 풀어가자는 입장이었다. 집회에 참가한 상인들과 수협 직원들은 서로를 걱정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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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5개월이 지난 2016년 4월. 신축시장이 완공되자 도리어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신축시장 건물 입주를 둘러싼 대립은 더욱 극심해졌고, 설상가상 노량진 수산시장은 구 시장과 현대화 시장, '두 집 살림'으로 나뉘었다.

    활기 가득했던 구 시장 곳곳은 옛 기억이 무색하도록 삼엄한 분위기다. 빨간 페인트로 '위험', '철거' 등의 글씨가 적혀 있는가 하면, 수협에게 일을 의뢰받은 경비업체 직원들이 시설 및 공실 관리를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버티고 있다.

    수협은 안전검사에서 C등급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를 하도록 둘 수 없다며 지난달 16일 '철거 예정'을 통보했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에 등장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여기에 (주)수협노량진수산 현장복을 입은 수협 직원들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 : 박종민기자)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장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상인들이 단전된 구시장 주차장에 발전기를 들여와 불을 켜고, 시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상인들이 직접 치우며 손님을 맞이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지난 4일에는 한 상인이 수협 간부들에게 칼부림을 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수협 측 경비업체와의 격렬한 대치 상황이 이들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서로 상부상조해왔던 형·동생 사이가 세상 다시 없을 원수가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수협 직원 A 씨는 "최근 내가 자주 듣는 말이 뭔 줄 아느냐. '죽여버리겠다. 몸조심해라'라는 말"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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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 역시 어김없이 마찰이 있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던 상인들은 구시장 경매장 쪽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 곳으로 몰려왔다.

    수협 측에서는 경매장 쪽 차량 통제를 위해 '주차금지' 현수막을 설치하려 했고, 상인들은 오전 경매가 마무리되면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장소를 통제하는 건 구시장 폐쇄조치라며 맞섰다.

    수협의 입장은 확고했다. 경매장 차량 출입 통제는 원칙이고, 식품 위생상 문제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수협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으려 했지만 그들은 '누구인데 이런 촬영을 하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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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왜 구시장 상인들은 이런 일을 겪고도 끝내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현대화 시장 입주를 반대하는 상인들이 모인 상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사무국장은 "좁은 공간도 문제가 될 뿐더러 실질적으로 수산물 특성상 동선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동선이 제대로 설계 상에 반영이 안되어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수협 측의 이야기는 또 달랐다. 이미 상인들과 충분한 합의 과정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수협 측 관계자는 "시장 설계구조, 임대표 등은 상인들과 협상하고 양해각서까지 체결해서 진행하고 새 시장 만들기 넉 달 전 합의서를 만들고 마무리됐던 것"이라며 도매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박종민기자)

     

    서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갈등 해소를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과 공청회 개최 문제가 논의됐지만 수협 측이 비대위가 요구한 건축 설계가 담긴 파일, 건물 용역보고서 등의 공개를 거부하며 무산됐다.

    갈등의 골은 점점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어만 가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와 수협은 한 치의 양보도 없어,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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