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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한국형 '양적완화' 급물살…한은 입장은?

    산은 지원하려면 법 개정해야…수은은 바로 가능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해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달라는 정부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서달라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요청했다"고 밝힌데 이어 2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형 양적완화를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을 요구한 만큼 한국판 양적완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밝힌="" 한국형="" 양적완화="">

    박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양적완화는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이 펼친 무차별적 돈 풀기가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양적완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관계기관이 긴밀하게 협의해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밝힌 한국형양적완화는 지원 대상을 구조조정에 국한하고, 국책은행을 통로로 꼭 필요한 곳에 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제로금리와 마이너스 금리, 채권매입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미국, 일본, EU와 달리 구조조정을 위해 돈이 필요한 곳을 표적으로 정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방식인 기준금리 인하 시 발생하는 가계부채,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은 피하면서 양적완화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중론>

    야당과 학계에서도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 확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발권력 동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우선 굳이 발권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재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적자금이든 발권력이든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국회 동의를 구해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도 아닌 7명의 금융통화위원들이 국민 부담에 대한 결정을 하는 만큼 발권력 동원은 비상시가 아닌 한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과거 한은이 발권력으로 은행에 자금을 지원한 경우는 있었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중앙은행은 최후의 대부자가 돼야 한다'말은 중앙은행에 있어 하나의 철칙이다. 발권력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사용한 뒤 마지막에 써야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금을 거둬야 하는 재정과 달리 발권력은 7명의 금통위원이 동의만 하면 돈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어 발권력에 대한 유혹은 그만큼 크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을 독립시켜 그런 유혹을 견제하게 만들었다.

    비상시도 아닌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위한다는 이유로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향후 발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

    <한은의 입장="">

    한은은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총재는 지난 19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구조조정을 지원하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 안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법 테두리'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산업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의 경우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한은이 산은에 구조조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신종자본증권을 매입하거나 자본금을 투자하는 자본확충 방식과 산업금융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 있으나 모두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런 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우선 법률부터 개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에 법률 개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의식해 한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양적 완화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결정은 정부가 하고 책임은 한은이 지라는 것이라서 말이 안 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수출입은행의 경우 한은이 이미 출자를 했기 때문에 당장 지원이 가능하다. 만약 법률이 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면 수은에 추가 출자를 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가 언급한 '중앙은행의 기본원칙'이란 한은이 지원을 하더라도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발권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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