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맨!' 미네소타 박병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4월 아메리칸리그 신인 최다 홈런을 날리는 등 장타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특급 투수들을 잇따라 두들기며 괴력을 뽐내는 중이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괴력의 사나이' 박병호(30 · 미네소타)가 힘으로 메이저리그(MLB) 야구 본토를 점령해가고 있다. 잇따라 엄청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박병호는 4일(한국 시각) 미국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과 원정에 6번 지명타자로 나서 6회 장쾌한 홈런을 터뜨렸다. 3-6으로 뒤진 2사에서 상대 선발 콜린 맥휴의 7구째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점 아치를 그려냈다.
무엇보다 밀어서 넘긴 대형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맥휴의 7구째 시속 146km 바깥쪽 낮게 제구된 직구를 때렸는데 이게 오른쪽 2층 관중석을 맞았다. 잡아당겼으면 모르되 밀어 친 공이 2층까지 간 것이다.
MLB 공식 홈페이지가 측정한 비거리는 121m다.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69km다. 시속 146km짜리 투구에 23km 속도를 더한 힘이 놀랍다.
특히 MLB 적응을 완전히 끝낸 모양새다. 시즌 초반 KBO 리그와 다른 MLB 투수들의 공이 어려웠지만 이제 낯가림은 사라졌다. 무엇보다 특급 투수들의 공을 잇따라 장타로 연결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날 경기 초반 맥휴의 변화구에 고전했다. 2회는 컷 패스트볼에 중견수 뜬공에 그쳤고, 4회는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지난해 19승을 거두고 MLB 정상급 우완으로 우뚝 선 맥휴였다.
하지만 삼세번째까지 당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6회 2스트라이크로 몰렸다. 이전처럼 맥휴는 커브와 커터로 유혹했지만 박병호는 스윙을 참았고, 존으로 오면 걷어냈다.
2스트라이크 이후 볼 2개와 파울 2개로 인내력을 보인 박병호는 마침내 구미에 당기는 공이 오자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방망이 중심에만 맞으면 언제든 장타를 연결할 수 있는 힘을 또 입증한 것이다. 맥휴는 강판했다.
'그가 왔다' 미네소타 박병호는 올 시즌 팀내 홈런과 장타율 1위를 달리고 있다.(자료사진=구단 홈페이지)
특히 7개의 홈런이 경기장 골고루 뿌려진 부챗살 형태를 띠었다. 왼쪽 담장 2개, 좌중간 1개, 가운데 2개, 오른쪽 2개다. 스프레이로 뿌린 것처럼 예쁜 균형이다. 힘이 없다면 이루기 어려운 모양이다.
전날도 박병호는 MLB 특급 투수를 두들겼다. 지난해 20승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오른 좌완 댈러스 카이클에게 2안타 1볼넷으로 완승을 거뒀다. 특히 5회 2타점 싹쓸이 3루타를 때려내 카이클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지난 1일에는 올해 최고 투수 조던 짐머맨(디트로이트)으로부터 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올 시즌 0점대 평균자책점 행진을 달리던 짐머맨의 시즌 첫 피홈런을 안겼다. 짐머맨은 4월의 아메리칸리그 투수에 선정됐지만 하나의 오점은 남긴 셈이었다.
현지에서도 칭찬이 나오고, 본인도 자신감이 충만하다. 미네소타 지역지 '파이오니어 프레스'는 4일 경기 후 "박병호가 지난 6경기에서 3홈런을 쳤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올 시즌 42홈런으로 지난 1963년 지미 홀이 세운 미네소타 신인 최다 홈런 기록 33개를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박병호는 현지 인터뷰에서 "경기를 하면 할수록 타석에 들어설수록 미국 투수들을 더 많이 상대한다"면서 "이게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타석에 들어설수록 더 많은 자신감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KBO 리그에서 최초의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올랐다. 최초의 2년 연속 50홈런 이상도 기록했다. 박병호는 넥센 시절 이른바 '넥벤져스'를 이끈 중심이었다. 넥벤져스는 넥센과 미국의 초인 영화 '어벤져스'를 합성한 말이다. 이제 박병호는 영화의 원작지인 미국에서 어벤져스의 면모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