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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장애인 어버이'의 한숨…"육아지원 태부족"

사회 일반

    어버이날 '장애인 어버이'의 한숨…"육아지원 태부족"

    • 2016-05-08 11:17

    정부 지원은 출산비용 100만원·6개월간 80시간 활동지원뿐"장애인도 아이 낳고 키울 수 있어야…현실적 지원책 절실"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됐어요. 이제 활동보조 추가지원이 끝나서 막막해요. 어쩔 수 없이 경기도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겼지만 어머니가 다음 달 수술하시게 돼 아이를 맡을 사람이 없어요."

    뇌병변 장애인이자 장애인 단체 활동가이기도 한 김민정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6개월 된 딸을 둔 엄마다. 그러나 처음 맞이하는 어버이날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당장 다음 달부터 어린 딸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인 김 센터장 가족은 낮에 집이 비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 사랑하는 딸을 주말에만 볼 각오를 하고 친정어머니에게 맡겼지만, 어머니도 다음 달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면서 이제는 딸을 볼 사람이 도무지 없다.

    백방으로 딸을 맡아줄 곳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 일하는 센터로 딸을 데리고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천에 사는 중증장애인 부부 오모(41)씨와 신모(34·여)씨도 작년 11월 낳은 아들이 이달 중 생후 6개월이 된다.

    이들 부부는 장애와 여러 질병 등 문제로 여러 병원이 진료를 거부해 아이를 낳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양육할 방법은 더 난망하다. 출산한 장애인에게 월 80시간씩 제공되는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지원이 6개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면 양육수당 20만원을 포기해야 하고, 야간에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6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들은 결국 모아 둔 주택자금을 쪼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에 따르면 장애인의 모·부성권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지원은 여성 장애인이 자녀를 출산하면 자녀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여성 장애인 출산비용 지원'과 출산 이후 6개월간 활동보조 80시간을 추가로 지원하는 '활동지원 출산가구 추가급여'가 전부다.

    그러나 자신의 생활과 활동을 위해서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장애인들은 이런 지원만으로는 자녀를 키우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장애인 단체들은 "비장애인도 맞벌이 부부가 많고 아이 돌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지만 사실 장애인들은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는 수준"이라며 "장애인도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도 키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모·부성권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28조가 있는데도 여전히 한국 사회는 장애인의 임신·출산·양육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들은 육아를 위한 지원이 6개월에 불과하고, 그것도 육아도우미 지원이 아니라 활동지원 추가급여로 제공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활동지원 추가급여' 6개월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6개월 후 아이가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활동보조 서비스에서 육아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며 "활동보조와 별개의 육아도우미 서비스가 3년 정도는 지원돼야 현실적으로 장애인이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장애인도 요즘 아이 키우기가 만만치 않아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지만 장애인은 그보다 몇 배 더 힘들다"면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도 자기 자식이 소중하다"며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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