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스틸컷(이하 사진=SBS 제공)
힙합 뮤지션 MC메타가 인정사정없이 뱉어내는 랩에는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내는 청년들의 들끓는 절망과 분노가 오롯이 녹아 있었다. '헬조선과 게임의 법칙 - 개천에서 용이 날까용?'이라는 주제로 지난 8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에서였다.
#1
어쩌다 내가 이 게임에 몸을 던졌나
가난이 죄고, 학벌이 깡패라는데 아
너 그렇게 과속하고 달려가면
개천의 용은 멸종위기1급동물
시작도 하기 전에 아연실색
쫓아가는 것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네
뒤처지기 싫어 꽉 어금니 깨물어도
노력과는 상관없어 뒤처지는 경쟁 구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현실
너와나의 연결고리 엄마아빤 아임쏘리
그래도 엄마야 울지 마라 내 괜찮다
내 아직 살아있다 난 포기하지 않아
목구멍을 넘어오는 불안감을 삼키고
다시 한번 어금니를 깨무는 청춘
희미해도 나는 찾아 희망의 파랑새
힘들어도 나는 갈래, 백 투 더 퓨처
이날 방송에서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야기 흐름을 자연스레 이어가는 방식으로 내레이션이 아닌 랩을 택했다. 우리 사회의 반복되는 악순환을 모든 세대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였던 만큼,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공감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SBS스페셜 최민철 PD는 9일 "청년 문제는 많은 언론에서 계속 다뤄 온 주제인데,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화두로 던지려 해도 공감을 얻어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모든 세대가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시청자들이 지루해 하지 않았으면 했고, 그래서 가사 전달력이 뛰어난 MC메타를 내세운 면도 크다"고 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힙합이 저항정신을 모티브로 갖고 있는 음악이라고 아는데, 이 점도 영향을 줬다"며 "랩 가사는 제작진이 취재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을 바탕으로 썼고, 뮤지션이 운율에 맞게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2청춘들이여
세상 모두가 널 지지하지 않더라도
세상 누군가는 널 지지하고 있으니
그러니까 절대 지지치지마
그렇다고 마냥기다리지마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곱씹어봐봐
역사를 바꾼건 언제나 청춘들의 분노
사랑니처럼 아팠던 시간
어금니가 닮을 만큼 힘들었던 시간
그 단단하고 날카로운 분노의 송곳니로
판도라의 상자에 갇힌 희망을 꺼낼 시간
좌절이 쌓아올린 절망의 탑 꼭대기
비명처럼 내지르는 헬조선의 슬픔이
청춘들이 미래라고 말만 하지 말고
노블레스오블리주 도무지모르시주?
지옥에서 보낸 청춘들의 구조요청
희망을 간절히 원하는 청춘의 역설
"취재를 진행하면서 청년 세대는 한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라는 데 깊이 공감했다"는 것이 최 PD의 설명이다.
그는 "다람쥐가 주어진 쳇바퀴만 돌릴 뿐 절대 옆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이미 자살율 등 여러 분야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며 "특히 청년 세대는 가족이라는 네트워크를 지녔고, 앞으로 만들어낼 또 다른 가족이 있는 만큼 사회 구조의 가장 중요한 부분, 사회화 과정의 정점에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래에 SBS스페셜 제작진이 제공한 나머지 랩 가사 13편을 전한다.
◇ "벌레들의 전성시대 대한민국 코리아"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
대한민국 뚜껑도 열렸다 분노지수 100%
키보드를 타고 효모처럼 피어나는 혐오
경상도 전라도 지역혐오는
고전적인 혐오
근데, 이젠 툭하면 서로 벌레라고 불러
벌레들의 전성시대 대한민국 코리아
벌레들이 어쨌다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은 맘충
유치한 소릴하는 애들에겐 급식충
나이 먹고 실수하는 어른들은 노인충
쓸데없이 진지해진 사람들은 진지충
남들이 눈살을 찌푸리건 말건,
어찌됐건 내 맘에 안든다면,
누구라도 혐오할래!
맛좀볼래 무슨 벌레
벌레벌레벌레벌레 계속해볼래
◇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는 설명충"남자들은 여자에게 김치녀라 비하해
여자들은 남자에게 한남충, 이라해
해석하면 한국남자벌레, 한남충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는 설명충
마음이 우락부락 혐오가 오락가락
파브르도 깜짝 놀랄 벌레들의 나라
동방의 예의지국 언제사라지고
어쩌다 배려없는 무례함만 남았을꼬?
버그가 버글대는 시스템의 버그
◇ "헬조선, 우리나라 지옥…탈조선, 이민 떠나지요"살모사의 독을 세 번 품은 혐오
아뿔사, 대한민국 망한민국 독설을 뿜는다
헬조선!
언젠지는 몰라도
전부 그런지 몰라도
먹고 살기 버겁다며
대한민국 지겹다며
사는 것이 지옥이고
사는 곳은 지옥이요
사람들은 얘기한다 지옥같은 코리아
아이고 뒷골이야 이게 뭔 꼴이야
내 얼굴에 침뱉기라 그만하라 해도
방방곡곡 뻗어간다 발칙한 나라혐오
헬조선, 우리나라지옥
탈조선, 이민 떠나지요
◇ "쯧쯧쯧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쯧쯧쯧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내 이런 발칙한 것들을 보았나?
내 어찌 발끈하지 않을 수 있나?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할 청춘들이여
대체 문제야 문제 요즘 젊은 친구들
먼죄야 먼죄 우리 대한민국이
핑계는 멈추고 남탓은 그만하고
한계를 넘지못한 니 노력을 탓해라!
뭐? 헬조선?
대한민국이 지옥?
아프리카 넘어가서 한 몇달만 살아볼래?
아프니까 청춘이야 힘들어도 노력해
아프리카 넘어가서 한 몇달만 살아볼래?
아프니까 청춘이야 힘들어도 노력해!
◇ "문제는 문제는 문제는 눈높이?"경쟁이
치열해
힘들면
포기해
싫으면
노력해
안되면
낮춰봐
문제는 문제는 문제는
눈높이
문제는 문제는 문제는
눈높이
◇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게임의 법칙…빽도는 없다"비정규직 왼쪽의 타이어를 간다
정규직도 오른쪽 타이어를 간다
하는 일은 같더라도 대우는 달라
출신이 다르니까 대우도 달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10년은 무슨, 평생을 좌우!
비정규직 법도 나를 보호못해
졸지에 내 인생 비보호 좌회전
이것이 바로 낙장불입
빽도는 없다 빽도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당연한 게임의 법칙
빽도는 없다 빽도는 없다
◇ "펑펑 울면 고민이 좀 풀릴까? 그렇다면 지구가 잠기도록 울어줄 텐데…"알바를 마치고나면 온몸이 무거워
빚더미를 떠올리면 내 마음이 무거워
내 통장은 플라이급 (내 통장은 플라이급)
내 고민은 헤비급 (내 고민은 헤비급)
펑펑 울면 고민이 좀 풀릴까?
그렇다면 지구가 잠기도록 울어줄 텐데
지고 싶지 않은 강박, 실패하면 독박,
내일을 믿으며 나는 계속 Go, 가!
시간 당 6030원, (시간 당 6030원)
오늘도 이를 깨물어 (오늘도 이를 깨물어)
시간 당 6030원, (시간 당 6030원)
오늘도 이를 깨물어
◇ "매일매일 알바 땜에 소홀해지는 학업…날개 없이 추락하는 네 대학 성적"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 찢어진다 분명 말했어
어설프게 플러스 알파 따려다가
마이너스 잔고 빚쟁이 됐어
매일매일 알바 땜에 소홀해지는 학업
날개 없이 추락하는 네 대학 성적
뭐하러 그렇게 쪼들리면서까지
대학을 꾸역꾸역 가려해?
뭐하러 그렇게 쪼들리면서까지
대학을 꾸역꾸역 가려해?
◇ "당신이 걸으면 남들을 달렸지…당신이 달릴 땐 남들은 날았지"당신이 걸으면
남들을 달렸지
당신이 달릴땐
남들은 날았지
왜미리 준비를
안하고 뭐했어?
왜미리 준비를
안하고 뭐했어?
준비가 늦은 개천의 이무기는
승천하다가 벽에 막혀서 추락하네
준비가 되어야만 기회가 오는 법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개천에서 날아가는 용을 꿈꿨었다면
이무기 때부터 미리 준비했었다는 말
들어야지 들어야지 들어야지
◇ "썸타고 싶지만 속타는 현실이야"포기는 배추나 셀 때 쓰는 말이라고
호기롭게 말한 시절이 있었지. 퍽이나
인턴 비정규직 쥐꼬리 월급
월세 대출이자 내꼴이 엉망
썸타고 싶지만 속타는 현실이야
일하고 싶지만 불타는 경쟁
일하고 싶지만 불타는 경쟁
결혼하고 싶지만 결론은 현실, 현실
아이는 언감생심 혼자도 버거워 버거워 버거워
능력이 안되면 욕심을 버려야지
포기는 싫어도 당연한 선택이지
집사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네
집사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네
잘살고 싶은데 현실이 안되네
잘살고 싶은데 현실이 안되네
◇ "재부팅할 수 있다면 싹~다 포맷하고 다시 출발하고 싶네"태초에 흙으로 사람을 지으사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셨건만
나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네
나는 점점 포기 하게되네
컨트롤 할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컨트롤 알트 딜리트 재부팅할 수 있다면
싹~다 포맷하고 다시 출발하고 싶네
차오르는 한숨, 단숨에 삼키고
달리는 이팔청춘, 나는야 철인28호
나는야 철인 28호
◇ "스펙이 뭐냐면 스펙은 돈이야"성공하는 사람들의 9가지 습관
취업하는 청춘들의 9가지 스펙
학벌, 학점, 자격증, 토익, 어학연수
인턴, 봉사, 공모전에 성형수술까지
남들도 하니까 안 할 수도 없고
남들 다 하는거 안 할 수도 없고
합격과 불합격 종이 한 장 차이
스펙이 뭐길래 환장하겠네 참
일할 사람 널렸는데 어떻게 골라?
스펙이 뭐냐면 스펙은 돈이야
돈 없으면 스펙을 어떻게 쌓냐?
◇ "노력에 배신당한 청춘의 좌절…어금니를 뽑고 송곳니를 드러내"까치야 까치야
어금니 줄게, 송곳니 다오
청춘은 N포세대 인생이 레드카드
누구는 반칙해도 가볍게 옐로카드?
난 내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
나는 낙오 자가 되기 싫어
알바는 늘리고 단잠을 줄였고
삼각김밥 눈칫밥 참많이도 먹었어
부모님 등골빼서 스펙을 쌓았고
결혼도 포기하며 학자금빚 갚는 중
내 미래를 위해 노력했네 백 투 더 퓨처
아주 쉽게 반칙하는 너는 빽 투 더 퓨처
노력에 배신당한 청춘의 좌절
어금니를 뽑고 송곳니를 드러내
노력에 배신당한 청춘의 좌절
어금니를 뽑고 송곳니를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