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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한국만 비싼 아이폰se '국제호갱' 뒤엔 이통사-제조사 꼼수?

기자수첩

    [뒤끝작렬] 한국만 비싼 아이폰se '국제호갱' 뒤엔 이통사-제조사 꼼수?

    갤S7도 美선 1+1…이통사 제조사의 치밀한 물밑 작업 결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애플의 아이폰SE가 10일부터 국내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정식 판매됐습니다. 아이폰 5s의 디자인과 6s의 성능을 겸비하면서도 가격은 좀 더 낮게 책정돼 아이폰 마니아들은 아이폰SE의 출시를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이폰SE의 국내 출고가에 한국 소비자들이 뿔났습니다. 아이폰 SE 3차 출시국인 우리나라는 지난달 20일 무렵에야 애플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SE 출고가를 알 수 있었는데요, 아이폰SE 16GB는 59만원, 64GB는 73만원으로 미국 아이폰SE 판매가 16GB 399달러(45만 원), 64GB 499달러(57만 원)와 상당히 차이가 났습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만큼 '세금'과 '환율'을 탓해보려 해도 한국 소비자들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10% 부가세를 포함, 440달러, 550달러로 치더라도, 당시 환율 기준 각각 50만원, 62만원 수준에 불과, 같은 폰인데도 한국땅에 오는 순간 10만원이 확 오르는 겁니다.

    이를 두고 "애초 애플은 한국을 아이폰SE 3차 출시국으로 둘 만큼 한국 판매를 기대하지 않는다, 아이폰SE는 원래 보급형 모델이 아니다"라거나 "한국 소비자는 '애플 제품은 비싸도 산다'"는 한국 호갱론 등 업계에서는 많은 설들이 돌고 있습니다.

    이렇고 저런 이야기 중에 일부 업계 관계자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모든 스마트폰 출고가는 제조사와 통신사의 치밀한 물밑 작업 뒤에 이뤄진다는 건데, 애플도 예외는 아니라는 거죠.

    애플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아이폰SE는 유심칩만 갈아끼우면 바로 쓸 수 있는 공기계(언락폰)입니다. 그러나 공기계 대신 이통사를 통해 '아이폰SE'를 사면 가격이 내려갑니다. 공기계는 직구 형태여서 공시지원금 혜택이 없지만 이통사에서는 최대 33만원까지 지원하기 때문이죠. 유통사 지원금까지 받으면 조금 더 싼 값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한국 소비자가 '국제 호갱'이 되는 순간입니다. 애플은 아는 것이죠. 아이폰SE 출고가가 높아도, 결국 국내 이통사를 통해 구입하면 최소 3~5만원에서 최고 10만원 가량 지원금을 받고 산다는 것을. 이날 이통 3사는 57만원에 달하는 아이폰 SE 16GB를 최저 41만~42만원에 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모두 10만원 대 이상 최고가 요금제를 택했을 때 얘기긴 하지만요. 어찌됐든 이렇게 되면 미국 현지 판매가와 얼추 비슷해집니다.

    이통사도 압니다. 아이폰 고객들은 충성도가 높은 만큼, 최신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기꺼이 그 비용을 충당하면서 폰을 바꾼다는 것을요. 출고가가 처음 공개된 당시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직구로 샀던 아이폰 고객들도 이번에는 이통사를 통해 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아이폰SE 예약 판매는 정식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동이 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애플 아이폰에 매겨지던 공시지원금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보다 대체로 짠 편입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한국 소비자들은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는 것을 안다"면서 "여기에는 지금까지 애플 국내 공시지원금을 낮게 책정해 온 이통사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 갤S7 미국 1+1 행사, 삼성전자 "역차별 말도 안 돼"라고 했지만…

    갤럭시 S7, 갤럭시 S7 엣지(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또 한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 4월 미국의 1위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3위 T모바일·스프린트는 갤럭시S7과 엣지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한 대를 무료로 제공하는 '1+1' 마케팅을 열었습니다. 2위 업체인 AT&T는 이달 갤럭시S7 구매 고객에 한해 삼성전자의 48인치 LCD TV(약 80만원)를 증정하기도 했고요.

    이같은 미국 이통사의 갤럭시S7 프로모션에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죠. 이는 결국 제조사 삼성전자에 불똥이 튀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미국 이통사간 경쟁 과열로 일어난 일일뿐 제조사와는 무관하다며 억울해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쉬쉬할 뿐이지 알 사람은 다 안다"면서 코웃음칩니다. '모든 스마트폰 출고가는 제조사와 현지 이통사간 합의 끝에 결정되고 그에 따라 '물량'이 정해진다. 미국 인구는 국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고, 거기다 1+1 행사를 하려면 물량은 훨씬 더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통신사가 마음대로 결정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제조사로부터 물량을 받아 판매하고 가입자를 유치하는 이통사가, 과열 경쟁으로 제조사와 상의없이 멋대로 1+1 행사 벌였다간 결국 눈밖에 나면서, 다음부턴 물량도 제대로 못 받고, 이는 결국 가입자 유치 실패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SK텔레콤이 루나 판매에 열을 올릴 때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삼성과 다시는 안보려고 하나?"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니까요.

    이들은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삼성을 비난할 것도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국내와 미국 시장은 크게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은 북미나 유럽에 비해 프리미엄폰 선호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아무리 중저가폰이 대세라 해도 프리미엄폰 사용층은 고정된 편이고, 이통사나 제조사가 수익을 내는 타겟층도 프리미엄폰 시장인거죠.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다릅니다. 굳이 비싼 고가폰을 써야한다는 인식이 없고, 나라 규모나 인구수만큼 스마트폰 선택지도 넘쳐날 정돕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프리미엄 마케팅을 했다가는 업계에서 쫓겨난다는 겁니다. 이는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현지 사정에 따라 마케팅 방법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호갱'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데에는 고가폰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에도 분명히 책임도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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