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기문 (택시신문고 택시기사)
여러분, 만약 지금 여러분 앞에 신문고가 하나 있다면 그 신문고를 퉁퉁 두드리고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십니까? '취직 좀 잘 돼서 해 주세요. 살림살이 좀 펴게 해 주세요, 아니면 입시전쟁 좀 없애주세요…' 요청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시죠. 그런데, 조선시대 때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있었던 신문고가 2016년 한 택시 안에서 재현 돼서 화제입니다. 택시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납니다. 택시기사 박기문 씨예요. 박 기사님 안녕하세요.
◆ 박기문> 네, 안녕하십니까? 박기문입니다.
◇ 김현정> 네. 택시 운전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박기문> 지금 5개월째 되어 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택시 시작하신 지가 5개월밖에 안 되셨어요. 어디서 운행하세요?
◆ 박기문> 금천구에서 시작해서 강남이나 관악 그런 데 두루두루 거쳐 다니죠.
◇ 김현정> 서울의 택시기사시군요.
◆ 박기문> 손님이 원하는 데는 다 갑니다. (웃음)
◇ 김현정> 그런데 그 택시 안에다가 신문고를 싣고 다니신다고요?
◆ 박기문> 네. 맞습니다. 아주 큰 북입니다.
◇ 김현정> 큰 북이 택시 안에 들어갑니까?
◆ 박기문> 들어갑니다.
택시 신문고 박기문 씨 (사진=본인 제공)
◇ 김현정> 어떻게 들어가나요? (웃음)
◆ 박기문> 한 권 두 권 계속 채워지다보면 큰 북이 돼죠. (웃음)
◇ 김현정> 저는 알고 있죠. 그러니까 큰 북과 같은 신문고 노트를 싣고 다니시는 거죠?
◆ 박기문> 맞습니다. 지금 28권 째 채워져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손님들이 택시를 딱 탔다, 그러면 신문고 노트를 내밀면서 ‘여기 신문고가 있으니까 몇 자 적으십시오.’ 이러시는 거예요?
◆ 박기문> 처음에는 ‘이러이러한 취지다, 나중에 책도 만드려고 한다.’ 설명 드리고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세상이나 바라는 것들 그리고 우리 안에 버려야 될 것들, 우리가 갖고 나가야 될 것들 그리고 그 이외에 모든 소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다 써달라고 그럽니다. 솔직하게 써 달라고 하죠. 많은 분들이 솔직하게 잘 써주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세상, 지금 세상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어떤 것, 불만… 편하게 적어주세요.’ 이러시는 거예요?
◆ 박기문>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쓰라고 내밀면 손님들이 펜을 잡고 막 술술 쓰세요, 거리낌없이?
◆ 박기문> 네. 거리낌 없이 거의 다 쓰시고요. 또 짧은 거리, 5분 정도 거리를 가시는 분들은 요금을 계산하고 나서도 거기서 또 더 쓰세요.
◇ 김현정> 요금 치르고 나서 내리셔야 되는데, 더 쓰고 계시는 분까지 계세요?
◆ 박기문> 네. 맞습니다. (웃음)
택시 신문고 속 사연들 (사진=박기문 씨 제공)
◇ 김현정> 막상 택시 탔는데 이거 쓰라고 내밀면 쑥스러워서든 이게 선뜻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열의 아홉은 쓰신다는 거죠?
◆ 박기문> 네. 그래서 노트를 보여드려요. 그러면 앞에 노트 내용 보시고, ‘아 이런 거구나.’ 하시면서 그러면서 다 쓰시더라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 신문고 노트 기사님, 지금 가지고 계시죠?
◆ 박기문> 맞습니다.
◇ 김현정> 원래 신문고라는 게 북을 탕탕치고 멀리멀리 퍼지게 하는, 다 들리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거니까 그 속의 내용을 방송에서 읽어주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 박기문> 그러죠. ‘내 삶을 돌아보면 고등학교 때는 입시문제로, 대학교 입학 후에는 취업과 등록금 부담으로, 당당히 20대를 살고 싶은데 아무것도 없는 나를 주제파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금수저이고 싶고 꿈을 펼치고 싶다.’ 이렇게 써 있네요.
◇ 김현정> ‘나도 금수저이고 싶다, 꿈을 펼치고 싶다.’ 20대 손님이 쓴 글 같은데… 마음 아프네요. 혹시 또 기억나는 거 하나만 더 읽어주세요.
◆ 박기문> ‘말로만 선진국인가요? 우리 한국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아직까지 서민들이 살기 힘들고 가진 자들의 횡포, 갑질은 날로 심해지는 한국. 이제는 친부모가 어린 친자식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죽이는 나라가 되고. 이 나라로 이렇게 만드나. 정권은 바뀌는데 내놓은 공약은 실천될까. 점점 사는 게 힘들어지고 사람들 마음까지 희망이 사라집니다. 부디 힘들지 않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 얘기들이 담겨있군요. 그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손님들이 다 적으신 건데, 쭉 훑어보면 어떤 얘기가 제일 많습니까? 27권 노트 안에?
◆ 박기문> 취업 걱정부터…
◇ 김현정> 역시 취업 걱정이군요.
◆ 박기문> 세월호 이야기도 있고. 4월 16일은, 세월호에 관한 주된 이야기였어요.
◇ 김현정> 그러고보면, 그날 그날에 따라서 주제도 정말 바뀌겠어요. 8월 15일에는 광복에 대한 얘기, 독립 이야기 나오겠고요.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 얘기도 나오고요.
◆ 박기문> 맞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기 힘든 나라다, 너무 힘들다고 적혀있네요.
택시 신문고 속 사연들 (사진=박기문 씨 제공)
◇ 김현정> 이렇게 쓰고 나면 손님들 반응이 어때요, 다 쓰고 나서?
◆ 박기문> 어떤 분들은 그냥 감동 받았다. 그리고 많이 우세요. 보면.
◇ 김현정> 우세요?
◆ 박기문> 네.
◇ 김현정> 글을 쓰고 나서 우세요?
◆ 박기문> 쓰면서도 우는 분들이 계세요.
◇ 김현정> 왜요? 복받쳐서? 자신의 얘기를 쓰다 보니까?
◆ 박기문> 네. (노트에 쓰인) '행복하세요.' 단어 다섯 글자를 보고 우는 분들도 계세요.
◇ 김현정> 쓰다 보면 내 처지를 돌아보게 될 것 같아요. 대부분, 택시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뭔가 힘들고 피곤하고 이래서 탄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한자 두자 적다 보면 서러움이 복받쳐서 눈물도 흘리시고… 기사님은 직접 쓰신 적 없으세요, 노트에?
◆ 박기문> 노트에 썼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어요. 찾으려고 했는데. (웃음) 아무튼 제가 쓴 건 뭐였냐 하면 정치가 타락하면 모든 사회가 타락한다는 그런 얘기를 썼었어요…
◇ 김현정> 정치에 대한 얘기였군요. 아까 총 한 27권 채워줬고, 이제 28권째라고 하셨는데, 그냥 묵히기 아까운데 책으로 언제 내세요?
◆ 박기문> 8월 15일 날 낼 겁니다.
◇ 김현정> 날짜 정해지셨습니까?
◆ 박기문> 네, 그날로 잡고 있어요.
◇ 김현정> 이게 신문고이니만큼 책이 나왔을 때 나라의 높은 관직에 있는 분들이 꼭 좀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분들한테, 꼭 좀 보내드리세요.
◆ 박기문> 그분들은 보내드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보게 해야죠. (웃음)
◇ 김현정> 사서? (웃음)
◆ 박기문> 네. (웃음)
◇ 김현정> 그분들은 꼭 스스로 서점에 가서 사서 보셨으면 좋겠고요. 여하튼 박 기사님, 안전 운전하시고요. 저도 박 기사님 택시 혹시 타게 되면 신문고에다 뭘 쓸지 미리 생각해 놓겠습니다.
◆ 박기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택시 신문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택시기사세요, 박기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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