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을 돌봐야 할 사회복지사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전북 남원경찰서는 중증장애인 20여 명을 때리고 학대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 등)로 남원의 한 사회복지시설 사회복지사 조모(42)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7)씨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이 시설 원장 이모(72)씨를 입건했다.
전북 남원의 한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중증 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한 사실을 드러났다. 사회복지사가 옆차기로 장애인을 위협하는 장면. (사진=CCTV 영상 화면 캡처)
조 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시설장애인 31명 중 23명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당시 13살 등 미성년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장애인이 밥을 먹지 않는다며 숟가락으로 머리를 찍고, 탁자 위에 반복적으로 올라선다며 장애인의 머리채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0원짜리 동전을 장애인의 손등과 발등에 던져 맞추는 등 수십 차례 폭행을 가하고 발차기 등으로 장애인을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회복지사가 중증장애인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위협하고 있다. 사진 속에는 다른 사회복지사들도 있지만 수수방관하고 있다. (사진=CCTV 영상 화면 캡처)
경찰조사에서 사회복지사들은 "장애인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고 말을 잘 듣지 않아 훈계 차원에서 했을 뿐 심하게 때린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시설 내 CCTV를 통해 폭행 장면을 확보하고, 내부 보고문서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혀냈다. CCTV 영상에는 장애인에 대한 폭행이 이뤄져도 다른 사회복지사들이 수수방관하는 등의 모습이 드러나 폭행이 일상적으로 이뤄졌음을 방증하고 있다.
남원경찰서 박종익 수사과장은 "시설에 외부인의 왕래가 거의 없고 중증 장애인들이 의사표현을 할 수 없어 사회복지사들이 죄의식 없이 폭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남원시에 시설 장애인의 전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지하는 한편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