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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승엽'도 놀랍지만 '포항 이승엽'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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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이승엽'도 놀랍지만 '포항 이승엽'은 무섭다

    '포항맨이라 불러주세요' 삼성 이승엽이 18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1회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포항=삼성)

     

    이쯤 되면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만하다. '국민타자' 이승엽(40 · 삼성)의 포항 사랑이 유별나다. 포항만 오면 펄펄 난다.

    이승엽은 18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화와 홈 경기에서 1회 3점 홈런을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1사 1, 2루에서 순식간에 승부의 추를 기울인 한방이었다.

    볼 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이승엽은 상대 선발 김용주의 시속 137km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시즌 4호 아치였다.

    전날 연장 10회말 끝내기 득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통렬한 대포였다. 이승엽은 17일 한화 시즌 4차전에서 4-4로 맞선 1사에서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 때 홈을 밟았다. 5타수 2안타 2득점 활약으로 5-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승엽, 포항 30경기 '13홈런-39타점'

    이승엽은 포항만 오면 강했다. 전날까지 통산 29경기에서 타율 4할1푼1리(112타수 46안타) 12홈런 36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포항에서 이승엽은 야구 인생에 남을 특별한 기억을 남겼다. 바로 전인미답의 통산 400홈런을 날린 곳이 바로 포항이었다. 지난해 6월 3일 이승엽은 롯데와 홈 경기에서 3회 상대 선발 구승민으로부터 KBO 리그 최초의 역사적인 아치를 그려냈다.

    19일 홈런은 통산 400호 지점에서 살짝 오른쪽에 떨어졌다. 포항 구장 담장에는 이승엽의 400홈런을 기념한 400존 표시가 있다. 지난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할 만한 아치였다.

    '400홈런의 사자왕' 이승엽이 지난해 6월 3일 롯데와 포항 경기에서 KBO 사상 최초의 개인 통산 400홈런을 날린 뒤 기념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삼성)

     

    고향이자 제 1의 홈 구장인 대구 성적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이승엽은 지난해까지 홈이었던 대구 시민구장에서 789경기 타율 3할6리(2902타수 889안타) 225홈런 654타점을 올렸다. 올해부터 쓴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성적도 비슷하다. 19경기 타율 3할6리(72타수 22안타) 1홈런 13타점이다.

    포항에서는 30경기 13홈런에 39타점이다. 2.3경기당 1개 꼴로 홈런이 터졌고, 경기당 1.3타점을 올린 셈이다. 대구에서는 홈런이 3.58경기마다 나왔고, 타점은 경기당 0.82개다.

    정규리그 절반인 72경기로 환산하면 포항에서는 31홈런, 93타점 이상, 대구에서는 20홈런 59타점 이상이다. '대구 이승엽'도 놀랍지만 '포항 이승엽'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이승엽은 평소 포항에서 강한 이유에 대해 "야구장이 좋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대구 시민구장에 비해 2012년 개장한 포항 구장이었다. 특히 이승엽이 8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해가 2012년이다. 포항과 인연이 남다른 셈이다.

    ▲삼성도 포항이 좋다 '통산 28승6패'

    삼성도 포항이 반갑다. 전날까지 통산 27승6패, 승률이 무려 8할1푼8리에 이른다. 삼성의 대구 통산 성적은 지난해까지 1192승 835패 39무, 승률 5할8푼8리였다. 올해는 9승10패다. 포항이 살가운 이유다. 삼성 선수들도 "포항 구장은 관중석이 내야에 집중돼 팬들의 응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고 말한다.

    18일도 이승엽과 삼성은 포항이 반가운 이유를 입증했다. 이승엽의 3점포로 기선을 제압한 삼성은 4회 조동찬의 2점 홈런 등으로 10-0까지 달아났다. 삼성은 결국 13-2 대승으로 시즌 19승19패, 5할 승률을 맞췄다. 포항에서 28승6패, 절대 강세를 이었다. 승률은 8할2푼4리로 올랐다.

    이승엽은 이후 안타가 없었지만 이미 승기를 잡은 뒤였다. 8회는 볼넷을 골라내 김태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추가했다. 이날 4타수 1안타(홈런) 1볼넷 3타점 2득점 활약이었다. 경기 후 이승엽은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기쁘다"면서 "포항에는 워낙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겼다' 삼성 윤성환(가운데)이 18일 한화와 홈 경기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뒤 장원삼(왼쪽), 조동찬 등과 함께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포항=삼성)

     

    선발 윤성환이 7이닝 2실점으로 6승째(1패)를 따냈다. 윤성환도 포항에서 8경기 등판해서 7연승 중이다. 6789명 포항 팬들은 경기 후반 파도 타기 응원을 펼치며 승리를 만끽했다. 한화는 포항에서만 2연패,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 삼성은 포항에서 10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는 6경기가 잡혔다. 포항 경기를 더 늘려야 할 판에 줄인 게 아쉬울 수도 있는 삼성이다. 반대로 상대팀은 삼성과, 특히 이승엽이 뛰는 한 포항 경기를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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