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 물량 떠넘기기와 폭언 파문에 항의하는 의미로 피해 대리점 업주들이 제품들을 쏟아 붓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지난 2013년 '밀어내기 욕설통화'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에 대한 처벌이 고작 과징금 5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애초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에서 입증자료 부족으로 밀어내기 과징금을 사실상 전액 취소당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능 행정'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제1소회의는 지난달 15일 남양유업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와 관련한 과징금 재산정을 의결해 124억원이던 과징금을 5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과징금 124억원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한 법원 판결이 확정된 뒤 재조사 등으로 10개월이나 시간을 끌다가, 결국 법원 판결 그대로 과징금을 재산정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재산정을 '조용히' 의결한 지 한달여 만에 뒤늦게 알려졌다.
공정위는 욕설 파문으로 한창 시끄럽던 2013년 7월 남양유업에 대해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3년 10월 의결 과정에서 과징금은 12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한 시기, 수량, 해당 대리점 등에 대한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추정해 부과한 밀어내기 과징금 11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과징금 5억원은 대형마트 등에 파견하는 판촉사원 인건비 등을 대리점주들에게 떠넘긴 부분에 대한 것으로, 밀어내기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 이후 뒤늦게 입증 자료 확보에 나서 대리점주들이 본사에 주문한 내역과 본사가 실제 내려보낸 물량 간 차이를 알 수 있는 주문발주시스템 로그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대부분의 대리점 컴퓨터가 교체되거나 해당 자료가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작업 등으로 삭제된 뒤였다.
앞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양유업이 전산발주 프로그램을 지난해 9월 업데이트하면서 고의로 로그기록을 복구 불가능한 형태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는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대리점주가 남양유업을 증거인멸 혐의로 추가 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김대형 남양유업 대리점주협의회 대외협력실장은 "처음부터 공정위가 로그자료를 확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고등법원에서 과징금이 취소된 것을 보고 우리가 이미 확보한 로그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도 공정위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뒤에도 공정위는 대리점주들에게 로그자료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만 보냈다. 일하는 시늉만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