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산 지역 초고층 건물과 시설물에 설치된 항공장애표시등 대부분이 불량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부산지방항공청이 송전탑에 불량 표시등을 단 한국전력을 상대로 수억 원대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전 측은 교체 작업에 손을 놓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부산지방항공청은 지난해 한전에 과태료 1100만 원을 부과한 데 이어, 올해는 2억5000만 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전이 부산 지역과 경남 일대 등에 세운 송전탑에 달린 항공장애표시등이 항공법령에 따른 설치 기준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항공법에서는 고층 건물이나 시설물에 항공기가 충돌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일정 이상의 밝기를 내는 조명시설인 항공장애표시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부산 지역 70여 곳에 설치된 송전탑의 항공장애표시등은 모두가 불량이다.
송전탑의 경우 규정상 최대 10만 칸델라 이상, 즉 촛불 10만 개를 켜놓은 밝기로 빛나야 하는 항공장애표시등을 달아야 하지만 지금의 밝기는 1/50이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항공청 한 관계자는 "과거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아래서 한전이 철저한 점검 과정 없이 특정 업체로부터 대량의 불량 항공장애표시등을 납품받아 설치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량 사실은 지난 2014년 지자체로부터 관리 업무를 이관받은 항공청의 전수조사로 밝혀졌다.
그 뒤 시간이 2년여 흘렀지만, 한전은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항공청의 강제 조치에도 그동안 교체 작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한전 관계자는 "항공장애표시등을 규정에 맞게 설치하려면 송전탑 한기당 작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이 드는 탓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적합한 제품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올해가 지나기 전에 교체 작업에 착수해 연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애초에 한전이 철저한 제품 점검 과정만 거쳤더라도, 이중 삼중의 예산낭비는 물론 과태료 처분도 막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이 오랜 기간 교체 작업을 서두르지 않자, 불량 항공장애표시등을 설치한 일반 시설 관리 책임자들도 한전이 먼저 바꾸면 따라가겠다고 버티고 있어 하늘길 안전에 켜진 적색 신호가 언제 꺼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항공청 관계자는 "철탑은 크게 한전 소유와 발전소나 시설관리 공단 등 대규모 사업소에서 사용하는 수용가 소유로 나뉜다"며 "후자 측에 항공장애표시등을 교체하라고 여러 차례 시정 조치 공문을 보냈지만, '한전이 바꾸면 교체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와 한전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불량 항공장애표시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