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경유차 구매를 장려하던 환경부가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자 차주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 '환경 파괴범'으로 몰린 경유차 운전자들
경유 승합차 운전자 김인혁(30) 씨는 최근 뉴스에서 경유차 운전자들을 환경오염 유발자로 묘사하자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오염이 비교적 덜 하고 경제적이라고 광고하던 경유차가 이제 오히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었기 때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며 이 경유차를 이용하던 김 씨는 "이제 와서 경유가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비싸게 주고 구입한 차량을 지금 갑자기 바꾸기도 힘들다"며 "혹시 지인이 경유차를 구입한다면 무조건 말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신영대(33) 씨 역시 지난해 경유가 비교적 환경오염이 적다는 광고를 믿고 경유 SUV 차량을 구입했다.
신 씨는 "'클린디젤' 광고를 보고 같은 종류의 휘발유 차량보다 더 비싸게 샀는데, 이제 와서 경유가 공해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고 비난하면 할 말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0년 동안 경유차만 몰던 SUV 운전자 김모(52) 씨는 아예 조만간 휘발유 차량으로 바꿀 예정이다.
김 씨는 "구청의 자동차 배기가스 단속에 걸려 범칙금 4만 원을 낸 적이 있다"면서 "당시 단속반이 휘발유 차량은 잡지 않고 경유차만 골라 단속하더라"고 억울해 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정부가 경유차를 사도록 유도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면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 정부의 경유차 키우기…5년새 두 배 이상 급증지난 2009년 환경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하겠다며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에 매년 환경개선부담금 10~30만 원을 유예했다.
여기에 '저공해 차량 인증제'를 통해 일부 경유차 이용자들에게 혼잡통행료를 50% 감면하고, 수도권 공영주차장을 반값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경유차는 인기를 얻으며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유차 점유율은 2010년 18.5%에서 2015년 44.7%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 엎친 데 덮친 격, 경유 가격 인상까지 검토하는 정부그러던 환경부는 최근, 돌연 경유차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에 붙는 세금까지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오염 유발자의 오명을 쓴 경유차 소유자들은 이제 세금까지 더 내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됐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경유차 운전자 김모(67·여) 씨는 "믿었던 정부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기름값까지 올리면 어쩌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경유차 운전자 김인혁(30) 씨 역시 "기름값이 싼 경유차가 환경오염까지 많이 줄었다고 해서 기꺼이 샀는데 이제 와 손가락질을 받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결국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정부 정책을 믿고 경유차를 구입한 애꿎은 사람들만 눈물을 흘리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