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전국 유명 산의 등산로 위치를 조사한 방대한 분량의 공공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내 등산 관련 아웃도어 업체 등 민간사업자들이 이 자료를 활용해 스마트폰 앱이나 정보 제공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고 있다.
그러나, 등산로 정보 자체가 엉망이다. 등산객들이 다닐 수 없는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거나 심지어 산의 이름을 검색하면 건물이 나타난다.
산림청이 정부3.0 정책에 따라 예산을 들여 등산로 관련 공공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사후관리를 엉망으로 하면서 등산객들을 오히려 위험에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 산림청, 등산로 공공데이터 구축산림청은 지난 2013년부터 전국 1500여 개 산의 등산로 자료를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 첫해인 2013년에 등산로 1만2000㎞의 위치를 파악한데 이어, 지난해 9000㎞를 추가했다.
올해는 예산 5억원을 투입해 1000여 개 산, 1만2000여㎞의 등산로 정보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웬만한 산의 등산로 자료는 모두 확보할 것으로 산림청은 내다보고 있다.
등산로 위치정보는 숲길조사원 등이 GPS장비를 등에 메고 등산로를 따라 가면서 5초, 10초 단위로 위도와 경도 좌표를 입력해 얻어진다. 점으로 표시되는 지점 좌표를 연결해 선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지점 좌표 값을 얼마나 촘촘하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등산로의 정확도가 달라진다.
산림청은 이처럼 확보한 등산로 위치정보를 공공데이터로 관리하면서 민간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면, 등산 관련 정보사이트 운영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앱 등을 제작해 일반 등산객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방태산(강원도 인제)-- Daum 지도 배경의 흰 줄이 실제 등산로이고, 빨간 경로가 산림청에서 제공 중인 등산로GPS. (사진=자료사진)
◇ 등산로 위치 많게는 100m이상 차이…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도그런데 문제는 산림청이 제공하는 공공데이터의 산 정보와 등산로 GPS 값이 실제 상황과 맞지 않아 민간 상업용 자료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산림청 자료를 바탕으로 등산로 앱을 제작했을 경우 실제 등산로와 많게는 100m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 정보업체 앱 개발자인 김성현(35세) 씨는 "산림청 자료가 워낙 오래됐고 위경도 값도 오차가 심해서 쓸 수가 없다"며 "민간사업자들이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이 제공하는 지도를 보면서 보정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제공하는 자료만을 바탕으로 제작된 스마트폰 앱을 믿고 등산에 나섰다가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등의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름이 같은 산의 경우 지역별로 구분돼 표시돼야 하지만, 예를 들어 경북에 있는 산의 등산로 자료가 전남지역 산의 자료로 잘못 입력된 사례도 수두룩하다.
산림청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산의 이름을 검색하면 송전탑과 건물, 도로표지판이 노출된다.
더구나 산의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산의 사진이 노출되지 않고 주변 건물이나 송전탑의 사진이 노출되는 등 정보오류도 많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산과 등산로 정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사후 실측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2013년 자료의 경우 지금과 많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확한 등산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숲길조사원 등 인력을 많이 투입해서 수시로 업 데이터를 해줘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앱 개발자 김 씨는 "산림청이 등산객들의 목숨을 담보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 3.0 정책 자체가 민간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비용부담이 더 많아 쓸모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