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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외부 단합대회에서 자발적으로 과음을 했다가 해안가 절벽에서 추락사했다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A씨(사망 당시 51세)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국내 유명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3년 10월 8일 근무를 마친 후 인천 섬 지역의 한 펜션에서 열린 회사 단합대회에 참석했다.
문제의 술자리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A씨는 지점장과 직원 스무 명 안팎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아침 7시가 되자 A씨는 펜션에서 직원 5명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고, 한 시간 후에는 횟집에서 직원들이 단체로 아침 식사를 할 때 또 소주를 마셨다.
A씨는 횟집에서 소주를 챙겨 직원 2명과 함께 인근 작은 섬으로 건너갔다. 그늘에 자리를 잡은 세 사람은 어김 없이 소주를 들이켰다.
하지만 그것이 A씨의 생애 마지막 술잔이 되고 말았다. 직장 동료들과 산길을 걷던 A씨가 그만 발을 헛디뎌 20미터 아래 절벽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A씨는 바다에 솟은 바위에 부딪쳐 사망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단합대회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아내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소송을 냈고, 공단 측은 "A씨가 자의로 과도한 음주를 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주가 단합대회 중 망인에게 음주를 권하거나 강요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강요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과음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사고를 당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식 자리에서 일부 술을 못 마시는 직원은 음료수를 마셨고, A씨는 (단체로 모인) 저녁 회식과 아침식사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몇몇 직원들과 함께 소주를 마셨다"며 "A씨는 자발적 의사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술을 마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