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규모의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8일 오전 회사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수년 동안 분식회계 저지른 단서와 관련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거제 옥포조선소 등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정부 개입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수사 범위가 정관계 등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8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거제시 옥포조선소 등 10여곳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확보한 회계장부와 내부 문건 등 압수물을 분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수단은 일단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한 수사 범위를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 운영, 경영관련 비리'로 설정했으며 관련 단서를 상당 분량 확보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및 경영 비리 의혹이 불거진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 재임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사이 벌어진 일들을 중심으로 살펴 보고 있다.
이들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하고 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함께 받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들이 미청구공사대금을 손실로 반영하지 않은 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부풀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0년 오만 선상호텔 사업을 추진하다 3년 만에 접는 과정에서 3450만달러(한화 400억원 상당) 손실을 입힌 의혹도 제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 관계자는 "앞으로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 운영, 경영 관련 비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주요 수사 대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특수단이 선언한 대로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의혹 수사로만 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청와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며 "애초 시장원리가 끼여들 여지가 없었으며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의 물꼬를 텄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0월 유상증자와 신규대출 방식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천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홍 전 회장 주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인사를 포함한 친박 관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이 국책은행(산은)의 의견을 묻지 않고 협의없이 진행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 존재했지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수사를 하게 된다면 이름이 언급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 대상이다.
반면 특수단이 정관계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특수단 관계자도 "아직 압수수색 단계이고 일단 경영진 위주로 수사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낀 상황이다.
여기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집중적으로 수사해 성과를 거두라"는 취지로 특수단에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하다 보면 정관계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의 의도와는 달리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0년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하면서 협력사였던 임천공업이 천신일 세중나무여행 회장에게 47억원의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이자 대통령의 친구였던 천 회장은 같은해 12월 알선수재 혐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