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 사패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은 부검 결과 목 졸림과 두부손상으로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패산 살인 사건은 '수락산 강도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10일 만에 벌어졌으며 여성 혼자 산행하다 숨진 채 발견된 점에서 유사하다.
의정부경찰서는 정모(55·여) 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팔·다리·몸통 등 전신에 외력에 의한 타박상 등 손상이 보인다"며 "머리에 충격에 의한 손상(지주막하 출혈)과 경부압박질식사가 병행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그러면서 "외력은 둔기가 아닌 손 또는 발에 의한 두부 손상이 선행되고 이어서 목 졸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성폭행 흔적은 부검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검의는 정씨의 사인을 목 졸림 보다 두부 손상이 더 심한 요인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7일 오후 12시 10분쯤 의정부에 사는 친척과 사패산 산행을 약속하고 가능동에서 만났으나 사정상 동행을 하지 못하게 되자 헤어졌다.
정씨는 이날 오후 12시 27분쯤 의정부역 부근 마트에서 막걸리와 과자를 구입했다. 22분 뒤에는 의정부예술의전당 뒤편으로 산행을 시작했으며 동행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씨는 오후 1시 57분쯤 함께 등산하려 한 친척과의 전화 통화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 30분쯤에는 지인에게 '혼자 산에 왔다'며 음식 사진과 함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냈다. 30분 뒤 '왜 혼자 갔느냐'는 지인의 질문에는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가 오후 2시 30분에서 오후 3시 10분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지난 8일 오전 7시 7분쯤 의정부시 사패산 8부 능선 등산로 인근에서 등산객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등산객은 정씨의 움직임이 없자 119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정씨는 바위 사이에 은박 돗자리를 펴고 신발을 신은 채 엎드린 자세였으며, 웃옷 약간과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다.
주변에는 막걸리, 김치, 과자 등 먹다 남은 음식물이 있었으나, 정씨가 마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는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카드는 사용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체모 5가닥 가운데 돗자리에서 찾은 한 가닥이 남성의 음모인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체모에서 확보한 DNA가 남성이라는 점만 확인했고 DNA를 대조할 용의자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과수가 보관하고 있는 살인과 강간 등 주요 11개 범죄 범죄 전과자의 DNA 중에서도 일치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처음부터 돗자리에 있있던 체모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5년 남편과 이혼한 정씨는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지만 의정부에서 홀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인 화요일은 집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정씨가 매주 쉬는 날이다.
정씨가 발견된 곳은 의정부 예술의전당 등산로 입구에서 800여m 떨어진 지점으로 전망이 좋아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54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투입해 등산로에 대한 정밀 수색 및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한편, 정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원한 및 금전 관계를 수사하고 있다.
또, 동종 전과자와 우범자, 정신 이상자 등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수락산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학봉(61)은 지난달 29일 오전 5시 20분쯤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에서 홀로 등산로를 오르던 A(64·여)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