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
검찰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린 혐의를 잡고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조재빈 부장)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 10일 오전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명을 보내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6곳 등 17곳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압수수색 장소에는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그룹 24층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 그룹 정책본부 사무실과 정책본부장실 등이 포함됐다.
롯데호텔 외에 롯데쇼핑과 롯데정보통신, 롯데피에스넷, 롯데홈쇼핑, 대홍기획, 현직 임원 여러명의 자택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수사가 그룹의 수뇌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등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배임, 횡령을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이 중점 수사 대상"이라며 "장기간 내사를 통해 혐의와 관련한 상당한 분량의 첩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정책본부장 이모 부회장 등 핵심 임원진 여러명이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임원진들이 빼돌린 자금이 그룹 오너 일가로 흘러들어갔는지 집중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올 초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 본사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여기에 지난 4월 초 감사원이 롯데홈쇼핑의 인허가 연장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해당 사안은 지난 2014년부터 진행해온 첨수 1부의 롯데쇼핑 수사와 병합된 상태다.
당시 감사원은 케이블 홈쇼핑 채널 재승인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미래부 일부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첨수 1부는 지난 2014년 말부터 내부의 수상한 자금 동향과 관련해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 받아 임직원들의 계좌 내역을 추적한 바 있다.
제2롯데월드 신축 인허가 과정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단서가) 나오면 본다"고 말해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정부 시절 군과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를 통해 특혜로 성사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전 정권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과 부산롯데월드, 제2경인고속도로 사업 등에 대한 특혜의혹도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정부와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은 롯데호텔이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6년 자산총액 40조원에서 2012년 83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하는등 이명박정부 때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 않았느냐"며 "볼 수 있는 것은 다 볼 것이다"고 전했다.
검찰은 내사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로비 의혹을 수사하자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통업체 B사는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