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남학생 동기생들이 만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선.후배 여학생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무차별 성희롱이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학교 내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즈나 성평등지킴이 등을 맡아왔으며 페미니즘 소모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던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4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언어성폭력사건 피해자대책위원회(피대위) 등에 따르면, 내부고발자 A 씨는 자신이 속해있던 카카오톡 채팅방 전문을 지난 10일 피대위 측에 전달했다.
내부고발자를 포함해 9명의 동기생이 참여한 채팅방의 대화내용은 A4용지 700페이지에 달했다.
이들은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에 이쁜애 있으면 샷으로 (술을) 먹이고 쿵떡쿵", "OO는 누가 먹었냐"는 등 선.후배 여학생들을 성희롱하는 내용의 대화를 노골적으로 나눴다.
대화 참여자 중 한명이 지하철에서 특정인을 몰래 찍은 사진을 공유하자, 다른 이들은 "휴지 챙겼다"고 답하는 등 성적 흥분을 느낀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특히 "술집 가서 (여성에게 술을) 먹이고 자취방으로 데려오라"며 "넌 버리고 여자만 얻겠다"고 성폭행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새내기들에 대해서는 "내가 OO이가 모임에 오는 것을 막아준 걸 알게 되면 새내기들이 OOO듯(성관계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이 과정에서 '빼애액', '이기야' 등 극우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유행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 중 한명은 학교 내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즈였고, 한 명은 새내기 새로배움터 조 성평등지킴이, 그리고 다른 한명은 페미니즘 소모임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세훈 총학생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음담패설 수준이 아니라 성범죄수준의 문제로 학생회 차원에서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해당 학생들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중앙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