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6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결과 및 후속 조치'와 관련하여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 박순애 경영평가 부단장, 반장식 경영평가 단장, 송언석 차관, 정기준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2015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기존 원칙을 깨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기준을 앞당겨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한 공기업들 중 상당수가 지난해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 1년 전 정한 평가기준인데… 올초 나온 성과연봉제 '평가점수 작용'앞서 기획재정부 송언석 2차관은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기업은 금년 상반기까지, 준정부기관은 금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경영평가를 통해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4월 성과연봉제 조기도입 공기업을 발표하면서 이행시기 및 도입 내용을 감안한 '사후평가'를 통해 경영평가에 최대 1점의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영평가는 평가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평가지표를 확정해 각 공공기관에 알리고, 공공기관은 이 기준을 참고해 경영한 뒤 평가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경영평가단은 지난 16일 '2015년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올해 경영평가에 이미 사용했다고 실토했다.
이날 평가단 관계자는 광물자원공사 평가 결과가 낮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에서 추구하고 있는 성과연봉제의 기본 권고기준이 있다"며 "그런 기준들을 (광물자원공사가) 기본적으로 미충족했기 때문에 평가점수가 상대적으로 전년대비 약간 낮아져서 그런 부분들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경영평가를 성과연봉제를 조기 확대하도록 강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초 확대방안이 발표된 성과연봉제를 이미 1년 전 공지된 평가항목에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그동안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공기업들이 이른바 '이사회 날치기'까지 불사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공노련 진병우 교육선전부장은 "원칙적으로 송 차관의 발표 내용은 2016년도 평가지표에 반영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2015년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명백한 반칙"이라고 주장했다.
◇ 조기도입 기관 13곳 상향 평가… 노동계, '줄세우기용 경영평가' 비판이처럼 성과연봉제를 평가에 '활용'한 결과, 실제 공기업의 평가 등급 등락에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성과연봉제를 조기도입한 40개 기관 가운데 공기업 5곳, 준정부기관 9곳 등 총 14곳이 지난해 평가결과에 비해 더 높은 등급으로 상향조정됐다.
특히 준정부기관에서 A(우수)등급을 받은 6개 기관 가운데 5개 기관이 성과연봉제 조기도입 기관이다.
한편 나머지 76개 기관 가운데 상향조정된 곳은 공기업 5곳, 준정부기관 20 등 총 25곳으로 더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진 교육선전부장은 "그동안 정부가 경영평가를 언급하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압박해왔고, 심지어 경영평가 원칙을 깼다고 스스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평가 자체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 모범사례로 언급했던 기관들이 A등급을 받았다"며 "기능조정으로 통폐합 위기에 몰린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의 등급이 낮은 점도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는 아닌지 충분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