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호황으로만 종합상사가 고수익을 창출하던 시대는 지났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유통, 곡물·식량, 인프라·신재생에너지 3대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KOTRA(사장 김재홍)는 21일 '일본 종합상사의 전략변화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최근 일본 종합상사의 이러한 변화를 '3+3 전략(3대 사업전략 + 3대 성장 동력산업)'으로 제시했다.
2016년 3월에 공개된 일본 종합상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만년 4위 이토츄상사가 '非자원 No.1' 전략으로 업계 1위를 달성한 반면, 대표적 자원개발 상사인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사상 처음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이토츄상사의 업계 1위 등극은 자원버블 붕괴 등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변화에 맞춘 적절한 경영전략 수립이 기업의 생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먼저 일본 종합상사의 사업전략은 △ 사업다각화 △ 수직통합 △글로벌화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사업다각화 전략은 양질의 정보력과 리스크 관리로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둘째, 수직통합 전략은 원재료 확보, 가공·제조, 유통·도소매까지 산업 전단계의 가치 사슬을 통합해 고수익 체질로 개선하는 것이다. 셋째, 글로벌화 전략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사업 전개로 정보력과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자원개발 위주였던 일본 종합상사가 3대 먹거리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유통, 곡물·식량, 인프라·신재생에너지에 우리 기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아시아신흥국의 식품, 패션, 소비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통채널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이토츄상사는 현지기업과의 자본제휴를 통해 글로벌 유통채널을 확충했고, 이를 토대로 자사 식품, 섬유 및 생활소비재의 해외진출 기회를 확보했다.
둘째, 경기에 따른 수요변동이 적은 곡물·식품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인구 증가, 신흥국의 소비확대에 따라 안전한 식량자원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대두했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식량자원 확보, 가공·제조, 도소매 등 산업 전 단계 가치사슬 통합과 기존 곡물 메이저의 지분 확보에 적극적이다.
셋째, 2030년 40조 달러까지 세계 시장이 커질 인프라 산업에서는 한일 기업 간 제3국 공동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종합상사는 협력사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 기업들은 EPC에 강점이 있는 만큼 자금조달력과 프로젝트 운영능력이 우수한 일본 종합상사와 대형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주할 필요가 있다. 파리기후협약 타결 이후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수요 확대에 따라 일본 종합상사들은 인도네시아 지열발전, 유럽 해상풍력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EPC'는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을 사업자가 일괄 제공하는 형태를 말한다.
한편, 한창 구조개혁을 논의 중인 해외 자원개발 사업방향 재설정에 일본 종합상사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는 자원개발 투자를 일정수준 유지하되 사업 안전성이 높은 비자원부문 투자를 강화함으로써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나, 우량자원 자산에 대해서는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이번 분석이 저성장시대 우리 종합상사 및 무역상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유용한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