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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본분은 거대 경제세력 견제" 김종인 정조준에 재벌 '전전긍긍'

국회/정당

    "의회 본분은 거대 경제세력 견제" 김종인 정조준에 재벌 '전전긍긍'

    김종인 3년 전 재벌 반발에 무력화된 '상법 개정' 다시 들고 나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가의 보도’로 여겨지는 상법 개정안을 다시 빼들었다.

    김 대표는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부분의 시간을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특히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는 것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즉 반칙과 횡포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즉각 상법개정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13년 재벌들의 반발에 박근혜 대통령의 변심으로 흐지부지된 상법개정 이슈가 3년여 만에 다시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 상법 개정안 재벌 의결권↓ 감사의 독립성, 소액주주 의결권↑

    상법 개정안은 크게 ▲ 이사와 감사위원의 분리 선임 ▲ 집중투표제 의무화 ▲ 집행임원 도입 ▲ 다중대표소송제 ▲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이사와 감사위원의 분리 선임 제도다.

    감사란 회사의 경영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감독하는 내부통제 장치로 상법은 대주주가 선호하거나 친분이 있는 감사가 선임되지 않도록 감사 선임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재벌들은 껄끄러운 감사 제도를 ‘감사위원회’ 제도로 대체하며 무력화시켜 왔다.

    감사위원회란 회사경영을 감시·감독 하는 이사회 내부 위원회의 일종으로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되며 '감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이사 선임 시 감사 선임 때 같이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사회만 전부 친(親) 대주주 성향 이사들로 구성하면 자동적으로 감사위원회의 감시·감독 기능을 무력화 시킬 수 있어 대표적인 제도 악용 사례로 꼽혀 왔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들의 선임을 일반 이사들과 분리해 실시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제도 악용의 여지를 없앴다.

    대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제도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란 이사나 감사가 회사 경영활동의 감독·감시를 소흘히 해 손해를 끼치면 해당 이사나 감사한테 소액주주들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제도를 강화한 것이다.

    기존의 대표소송 제도로는 순환출자로 엮인 집단 기업군에서 모기업 이사나 감사의 잘못으로 자회사에 큰 손실을 입었을 경우 자회사 소액주주들이 모기업 임원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지만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이렇게 되면 자회사를 많이 거느린 대기업 일수록 자회사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주총의 전자투표제도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같은 시기에 주총을 개최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다수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런 강력한 재벌 견제 제도가 일반법인 상법에 각인된다는 것도 대기업들을 긴장시켰다.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인 상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원칙상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으로 법의 예외를 적용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미가 있다.

    ◈ 박근혜 정부 법무부가 입법예고,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회동 뒤 흐지부지

    '김종인표' 상법 개정안은 ‘경제 민주화’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정부 법무부에 의해 지난 2013년 입법예고까지 됐다.

    모든 제도적 정비는 당시 새누리당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박근혜 선대위에서 ‘경제민주화’를 주도했던 김종인 대표에 의해 추진됐다.

    하지만 재계가 강렬하게 반발하고, 2013년 8월 박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들과 청와대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상황은 급변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상법 개정안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대기업 총수들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법무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상법 개정안은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지난 2015년 5월 야당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의원이 법무부안과 유사한 상법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자신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의 소멸 과정을 지켜본 김종인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오늘날 의회가 경제세력들의 로비에 의하여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대런 애스모글루(Daron Acemoglu) MIT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재벌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더 나아가 “거대 경제세력은 경제민주화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대리인들을 의회에 진출시키기도 한다”며 재벌 대기업들을 정조준했다.

    김 대표는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를 역임하고 있어 발의될 상법 개정안이 3년 전 처럼 소멸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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