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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도어, 시민은 살렸지만 근로자는 죽였다

사건/사고

    스크린 도어, 시민은 살렸지만 근로자는 죽였다

    [데이터] 서울메트로 지하철 승강장 사고 현황 분석

    5월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 5월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2호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세 용역업체 직원이 사망했습니다.

    승강장으로 진입한 지하철에 치여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인데요.

    그런데 구의역 사고를 파고들수록 해당 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의 문제점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메피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서울메트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난 2000년부터 1월까지 2016년 5월까지 서울메트로 사고 현황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스크린도어 설치 후 투신자 급감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김모(19) 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시민들이 추모메모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2000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서울메트로 담당(서울시 지하철 1호선~4호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342건이었습니다.

    이중 216명이 사망했고 128명이 부상당했는데요.

    2호선 구의역은 이번 사고를 포함해 사망 8명, 부상 2명 등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하철역이었습니다.

    지하철 사망사고와 부상사고의 주된 이유는 승객이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드는 '투신' 때문이었는데요.

    총 259건의 투신 시도 중 175명이 사망했고 85명은 부상당했습니다(1건은 사망자 1, 부상자 1).

    지하철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자 서울시는 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 시작했는데요.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4호선까지 관리하는 서울메트로는 2009년 말까지 스크린도어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그 이후로 서울메트로 승객 투신 건수는 2011년 강변에서 발생한 단 1건의 사고밖에 없었습니다.

    ◇스크린도어 설치 후 근로자 사망 급증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총 10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그중 8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문제는 8명의 사망자 중 무려 6명이 작업하던 근로자였다는 점인데요.

    그중에서도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작업중이던 근로자 사망 사고가 3건이나 됐습니다.

    그 외 선로 점검 중 2명, 그리고 선로에서 고가교 공사 중 1명의 근로자가 사망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설치 이전 발생한 근로자 사고는 2009년 성수역 선로에서 발생한 단 1건이 전부였는데요.

    그마저도 본인 부주의로 인한 부상이었던 점과 비교해 보았을 때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근로자 사망 증가 수치는 급격히 늘어난 셈입니다.

    ◇서울메트로 근로자 사고, 서울도시철도 3배 이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과 관계자들이 6월 1일 오후 구의역 대합실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숨진 김모(19) 씨의 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 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그렇다면 서울의 다른 지하철에서도 서울메트로만큼 근로자 사고가 있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의 지하철 5호선에서부터 8호선까지 관리 중인 서울도시철도공사 사고를 살펴본 결과 지난 2000년부터 2016년 5월까지 총 243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그중 단 2건만이 직원과 관련된 사고(투신)였습니다.

    총 7건이 발생한 서울메트로와 비교할 때 3배 이상 차이가 났는데요.

    나머지 대부분 사고는 승객에 의한 투신이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발생한 243건의 사고 중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에는 총 3건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2009년 개통된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개통때부터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인명사고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의역 사고에 대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안전분야 외주화와 메피아 척결을 위한 근본대책 수립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알면 알수록 문제투성이인 서울메트로.

    19세 청년 근로자의 죽음으로 촉발된 메피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해 보입니다.

    자료 =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제공

    *2016년 2월 3일 서울역 1호선에서 발생한 80대 승객 사망 사고는 코레일(철도공사) 소속 사고로 서울메트로 통계수치에서 제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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