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사법적 판단결과에 따라 당원권 정지 등 당헌당규에 따른 엄처한 처리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28일 박선숙·김수민 의원이 기소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당 소속 의원 전원이 진통 끝에 내놓은 결론이지만 국민의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런 이유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두고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탈당‧출당 권고 등 강경론도 나왔지만 결국 원칙론으로국민의당은 이날 새벽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구속된 직후 새벽부터 2차례 최고위원회 회의와 2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벌인 결과 이들이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하기로 했다.
안철수 대표는 "당헌 11조는 당직선거 및 공직선거에서 금품 수수자는 그 횟수와 금액에 관계없이 제명하고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는 규정이 있다"며 "국민의당은 이러한 엄격한 당헌에 따라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서 당사자 징계 여부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안 대표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는 규정은 사법기관이 아닌 정당이 구성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라며 "국민의당은 이런 엄격한 당헌에 따라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 당사자 징계 여부를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실망한 국민 여론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두 의원에 대해 출당이나 탈당 권고를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지만 무죄추정의 원칙과 당내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원칙론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무죄를 다툴 소지가 있는 건을 갖고 우리가 출당이나 탈당까지 요구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라며 "우리가 제기된 모든 의혹을 시인하는 것처럼 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출당을 위한 당내 규정이 없다는 점도 고민스러운 대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출당으로 의견을 모으더라도 당헌·당규 상으로도 제명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전했다.
출당조치가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 역시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 192조 4항에 따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당선이 무효되는 경우를 '소속 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출당 조치를 강행하더라도 의원직은 상실되지 않는다. 당이 두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를 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 安 ‘대표직 사퇴’ 카드로 정면 돌파할까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 (사진=자료사진)
하지만 이날 안 대표의 4번째 공개사과와 '기소시 당원권 정지' 원칙을 천명한 것만으로 국민의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건 초기 ‘사실 무근’이라는 당의 공식해명과 배치되는 증언까지 속속 나오고 있어 당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당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 대표의 발표 직후 "당 지도부가 이번 사건을 직간접으로 키웠고, 지금까지 대응과정도 역시 국민적 분노와 배신감만 키우고 있어 오늘의 조치는 미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크다"며 맹비난하고 나선 상태다.
이런 이유로 안 대표가 대표직 사퇴 카드를 통해 상황을 정면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 회의에서 어떻게 결론 나느냐는 문제가 있겠지만 안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대표직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국민 눈 높이에 맞추려면 달리 돌파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안 대표는 이르면 29일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28일 오후 의총에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대표직 사임 의사를 완곡하게 드러냈지만 의원들의 만류로 이런 의사를 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