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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검찰 내부에서 실적주의를 지향하는 조직 운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당 검사의 상사가 자살과 관련이 있는지는 진상조사 결과로 밝혀질 일이지만, 다분히 '실적'을 강조하는 내부 분위기 역시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김모(33) 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 김 검사의 아버지가 대검과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에 담긴 대로 실제 김 검사의 상사였던 김모 부장검사가 폭언 혹은 비상식적 인격모욕을 한 정황이 있는지가 사태의 핵심이다.
김 부장검사의 행위가 적절했는지는 검찰의 진상조사로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도제식 교육을 하는 조직 문화, 업무 스트레스 등이 김 검사의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각 지청별 업무할당량과 지도방식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사건의 진상 여부가 드러나는 대로 대책 마련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에서는 김 검사의 자살 사건과 내부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실적주의' 분위기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검사장 자리가 6석 줄었고, 부장검사 되기가 녹록지 않아진데다 부장검사를 하다가 부부장검사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보니 각 청 별, 개별 검사 별 경쟁이 특히 심화됐다는 것이다.
또 실적이 곧바로 인사(人事)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인사권자들이 실적을 하나의 지표로 활용하다 보니 경쟁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줄어든 자리, 실적으로 윗선에 무언가를 내놓아야 하는 구도 속에서 일선 부서의 상사와 부하직원간 갈등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수 있다.
한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 한 명이 피의자를 직구속하겠다고 해서, 경찰에 직구속 지휘를 하라고 했더니 한달 동안 직구속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며 주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실적을 내려고 무리하는 것 같아 그러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 검사의 경우 부장검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는 진상을 파악해봐야 알 일이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실적주의가 만연하고 경쟁을 강조하다 보니 서로간에 심적 물리적 여유가 생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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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반기별(6개월 주기)로 행하는 검사복무평가는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검사장이 검사 개개인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직구속율, 무죄평가, 항고평정 등 항목 수십개로 이뤄진다. 각 청별로 지휘권자의 결정에 따라 한달 주기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연감이나 백서용 '자료 관리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산출되는 경우가 많다. 평가자들이 '이프로스'라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산출 자료를 입력하면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 담당 부서들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청 지휘권자 가운데 자료 축적용으로 하라는 평가를 실적평가로 오해해서 신경쓰는 이들이 꼭 있다"며 "통계로 실측하는 것을 아예 안할 수는 없겠지만, 과도하게 하면 꼭 폐단이 일어난다. 결국 인사는 평판에 의해 하는 것이지 통계로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닌데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평검사도 "실적주의에 대한 경종이 필요한 때인 것은 맞다"며 "위에서 질 높은 수사를 하라고 하기 보다는 항고평정 등만 신경쓰는 경우가 있다. 꼭 필요한 수사를 하라고 하고 그에 맞는 평가를 받는 조직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검사장은 "우리 검사들 업무는 정성평가와 정량평가가 골고루 이뤄져야 하는 특이한 업무"라며 "대국민법률서비스 차원에서는 양과 질을 모두 좋게 해야겠지만, 구속 수 등으로만 실적을 판단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검사에 대해 평가하고 월별 통계를 내고, 종합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심각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