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노컷뉴스DB)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마무리 투수로서 첫 출발에 나선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긴장한 탓일까.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웃었다. 역시 '끝판대장'다웠다.
오승환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카우프만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가 8-4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마이클 와카가 6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세인트루이스는 8-4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 7회에 조나선 브록스턴을, 8회에 케빈 시그리스트를 등판시켰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을 아껴뒀다. 마무리 투수로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잡기 위해 9회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다.
오승환은 한일 통산 357세이브를 기록한 아시아의 정상급 마무리 투수였다. 트레버 로젠탈이 제구 불안으로 인해 물러난 마무리 투수 자리를 이어받았다.
8회를 지키는 셋업맨과 9회를 매듭지어야 하는 마무리 투수가 느끼는 중압감은 차원이 다르다. 오승환은 그 중압감을 잘 알고있다. 그러나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은 뒤 첫 등판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오승환의 출발은 불안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크리스찬 콜론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풀카운트 접전에서 던진 94마일짜리 직구가 우타자 바깥쪽으로 빠졌다.
이어 드류 부테라에게는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휘트 메리필드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첫 아웃을 잡아낸 오승환은 알시데스 에스코바르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세인트루이스 덕아웃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그러나 오승환은 로젠탈과는 달랐다.
오승환은 대타로 나선 캔자스시티의 간판타자 알렉스 고든을 상대로 시속 150km 이상의 직구 6개를 뿌린 끝에 3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2사 만루에서 매서니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잠시 오승환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큰 이상은 없었다. 오승환은 에릭 호스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실점없이 8-4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체인지업의 활용이 효과를 봤다. 오승환은 호스머를 상대로 직구 3개를 던져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로 몰렸다. 이때 좌타자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호스머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어 오승환은 자신있게 직구를 뿌렸다. 타구가 2루를 향했으나 수비 시프트로 2루 뒤에 서있던 유격수가 공을 잡고 베이스를 밟아 승부를 매듭지었다.
오승환은 1이닝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62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