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연세대학교의 한 고위 간부가 교수인 아내에게 억대 연구용역을 밀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사회 비호 속에 징계는 흐지부지됐고 사퇴했다던 이 간부는 최근 갑자기 신설된 자리로 복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연세대학교와 교수평의회(교평)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전 법인본부장 A 씨는 학교 소유 사업체인 연세우유가 발주한 연구용역을 자신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교내 연구팀에 배당했다.
해당 연구과제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실시된 '연세우유 기술지도·자문' 등 4건이며, 현재까지 파악된 계약금은 모두 2억 8천여만원.
공모절차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 계약은 올해 초 학교윤리경영담당관 조사중에 밝혀졌다.
이에 따라 교평은 지난 5월 이사회 등에 A 씨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교평은 이후 교수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사회와 학교 측에서는 한 달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A 씨는 지난달 23일 결국 사퇴했고, 이와 함께 학교윤리경영담당관의 조사도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사퇴했다던 A 씨는 최근 돌연 복직해, 법인 내 연세우유 사업을 총괄한다는 명목으로 신설된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1개 부서로 운영되던 사업처는 이 과정에서 3개 부서로 쪼개졌고, A 씨는 연세우유를 담당하는 사업1처의 처장을 맡게 됐다.
교평의 요청대로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흐지부지된 이후, '자발적 사표'가 이사회에서 수리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A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다른 곳에도 견적을 받아봤는데 너무 비싸서 아내에게 '봉사'나 '재능기부' 형태로 싸게 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면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겠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기는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사직서를 내고 '백의종군'하는 게 당시에 베스트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다"며 "올해 말까지 법인에 남아있기로 한 건 연세우유 중국 수출 건을 일단락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교수는 "2억원을 넘게 받아놓고 봉사는 무슨 봉사냐"며 "이렇게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도 없이 가족에게 계약을 밀어주는 건 책임 있는 사람의 도리라고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학교 내부 관계자는 "전직 학교 윤리경영담당관을 역임하셨던 분이 어떻게 이렇게 법과 윤리에 대해서 무지하고 본인에게만 관대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갑영 전 총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A 씨는 이 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전 총장에 의해 윤리경영담당관으로 채용됐다. 이후 법인 본부장을 맡아 최근까지 학교의 주요한 결정을 도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또한 지난해 법인 소유 의약품업체 '이수앱지스'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덮은 당사자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공식적인 징계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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