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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서별관회의 자료'…짜맞추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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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할 수 없는 '서별관회의 자료'…짜맞추기 의혹

    금융권 "정상화보다 자율협약이 더 설득력 높아보여"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 책임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별관회의 자료를 공개하며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의 관심도 해당 문건으로 집중됐다. 그런데 이 문건을 본 금융원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전제가 상당히 낙관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뿐 아니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4조2000억 원을 쏟아부으며 정상화 대안을 택한 것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정상화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상태에서 구색 맞추기식으로 내용을 구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 잘못된 '전제'…'Normal Case'

    홍 의원은 지난 4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라고 적힌 25장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지난해 10월 22일 금융위가 작성했으며, 서별관회의에 제출됐다.

    해당 문건의 4페이지부터 8페이지까지에는 '대응방안별 검토'에 대해 적혀있다. 대우조선해양이란 기업을 돈을 투입해 살릴지, 법정관리로 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장단점을 분석한 것이다.

    문제는 이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적용된 전제가 일반적인 상황(Normal Case)인데, 이것이 당시 대우조선해양 상황에 비춰 상당히 낙관적으로 짜여졌다는 지적이다.

    해당 문건에 "실사 회계법인이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 Normal Case를 전제로 대응방안 검토"라고 명시돼 있다.

    실사회계법인 즉, 대우조선해양이 내놓은 Normal Case는 신규수주 목표치 연간 110억~120억 달러 달성, 건조공정의 차질없는 진행, 수주선박의 선주사로 정상인도, 채권금융기관과의 기존거래 유지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의 신규수주액은 모두 합쳐도 22억 달러인데, 100억 달러 이상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의 당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 너무 부풀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금융위는 장밋빛 최선만을 가정한 비현실적인 안을 토대로 그들의 말만 믿고 지원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명분 부족한 '정상화' 대안

    전제가 잘못됐다면 대안도 제대로 일 수 없겠지만, 문건에 명시된 대안만을 놓고 보더라도 금융당국이 정상화를 택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상화 대안에 제시된 단점만 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조선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지원도 부실화 우려기 있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 가능성", "채권단 지원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이 자구계획, 인력재편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 구조조정을 추진할 유인이 약함" 등이 그것이다.

    즉, 강제로 돈을 쏟아부을 경우 그 돈은 그대로 사라질 수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4조2000억 원이란 국민의 혈세가 허공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심지어 최악의 경우 "내부 구조조정 실패, 공정지연, 신규수주 미흡 등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산은과 수은의 자금지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시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의지가 부족할 경우, 무리한 정상화 추진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산은과 수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지금 산은과 수은은 거대한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과 수은은 국책은행으로서 더이상 수행을 하지 못할 만큼 위험에 처했다.

    금융노조 측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면 그 기업이 살아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근거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은행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결정이었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우조선에 대한 4조2천억원 지원 결정 당시에도 그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은 부실 규모조차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서 국책은행의 지원결정을 강행했다"고 토로했다.

    ◇ 짜맞추기 의혹?

    이를 근거로 당시 금융위가 미리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자료를 보고용 면피 자료를 만든 것 아니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건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정상화 대안보다 자율협약 대안이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금융권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해당 문건에도 "자율협약을 선택할 경우, 법정관리시 예상되는 충격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조기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있다.

    자율협약을 채택하면 안 된다는 논리도 궁색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에 산은이 발표한 대우조선 정상화 방침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고 거듭 언급돼 있다. 정상화하겠다고 했으니 여기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면 방침 변경에 따른 시장 비판이 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당 기업의 상태는 언제든 나빠질 수 있는 것인데, 앞서 살리겠다고 선언했다고 상황이 변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율협약시에도 금융권이 최소 1조1000억 원의 추가 충당금 설정(정상→요주의)"이라고 적혀있지만, 금융권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자율협약에 들어갔고,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선반영해 추가 충담금을 쌓았다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노조는 "이쯤 되면 서별관회의의 대우조선 지원 결정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해명대로 조정 차원이 아니라 부당한 지원임을 알면서도 국책은행의 팔을 비틀어 지원을 강요했던 결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은 전문 회계법인의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채권은행간 사전협의, 국책금융기관간 사전협의 및 국책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사전조율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산은 등 채권은행이 이사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구조조정 방안 마련시, 통상 채권단은 여러가지 대안의 장단점, 파생되는 문제점 등을 비교하여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대안별 장단점과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대우조선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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