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입니다. 그렇지만 저라도 전기차를 사지 않습니다. 충전 인프라 등 불편한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전기차를 살 이유가 없습니다. 보조금 200만원을 더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보조금 때문에 소비자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강력한 운행상의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
전기자동차 레이EV (사진=기아자동차)
정부는 7일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후속조치로 전기차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이 다소 시큰둥하다. 진일보한 대책은 맞지만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책의 핵심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지자체 지원까지 합치면 기아차 쏘울을 기준으로 전기차 가격이 2174만원으로 2335만원인 휘발유차보다 싸진다.
관건은 정부의 이런 대책으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차가 줄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김필수 교수는 “충전시설 부족 등으로 전기차를 사용하기가 기본적으로 불편한 현실 속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20가지 이상의 경차 혜택을 뛰어넘는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자면 고속도로는 물론 대도시 인근 버스전용차로의 허용, 개구리 주차 허용 등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보조금 확대 외에 취득세, 통행료, 주차요금, 보험료 등 각종 요금을 감면해주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의 운행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서울과 제주도에 2㎞당 1기씩 공공급속충전기를, 전국 4000개 아파트 단지에는 3만기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충전 인프라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기차에 이런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또는 주민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Tesla Motors 슈퍼차저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박재용 소장은 “버스전용차선은 지금도 이용차량이 많아서 막히는 만큼 전기차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이 많을 것이고, 정부가 아파트 단지에 최소 7기의 충전기를 확보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불편을 감수해야할 다른 아파트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전기차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폐자 보조금과 개소세 추가 지원 등을 통해 10년 이상된 노후 경유차의 폐차 정책을 추진하지만, 폐차 뒤 신차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흡입력은 매우 약하다는 평가이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한 소비자는 다시 경유차를 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노후 경유차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꼭 폐차 지원금 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경유차가 연비와 출력이 좋고, 연료 가격이 싼데다, 환경규제가 여전히 그렇게 강하지 않고, 개소세 70퍼센트 인하 혜택까지 함께 받을 수 있으니 폐차 뒤 친환경차가 아니라 다시 경유차를 구매할 유인이 크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된 노후 경유차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원활하게 대체되지 못하면, 대기질 개선이라는 정책 효과는 없이 충전기 설치와 보조금으로 투입된 세금만 낭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덕대 이호근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차세대 차량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전망을 갖지 못한 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과도기에 볼 수 있는 다양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