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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공매도 '거의 외국기관'.. 공개 실익 의문

경제정책

    거래소, 공매도 '거의 외국기관'.. 공개 실익 의문

    "공매도와 유사한 파생상품 거래는 적극 장려하면서 공매도에 대해서는 왜 규제를 강화하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현황이 처음으로 공시된 지난 5일 오후 6시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다운됐다.

    거래소 홈페이지가 접속자 폭주로 다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거래소측은 동시접속자 2, 3백명 수용용량에 천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추정하면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장이 끝난 뒤 공시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거래소측은 곧장 홈페이지 접속 인터넷 회선을 네 배로 늘렸다.

    ◇ 금융당국, 공매도 순기능 인정하면서도 대량보유자 인적사항 공개

    공매도는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의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사용해 수익을 내는 주식거래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현황이 공시된 것은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시행에 따른 것이다.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는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 제도가 확정된 것은 2013년 11월이다.

    당시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겨서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가져오고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크게 확산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정치권을 통해 집단적으로 문제 삼았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금융위과 금감원,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3년 11월 이번에 시행된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를 포함한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을 합동으로 마련해 발표했다.

    당시 발표내용을 보면 금융당국의 공매도에 대한 인식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주가하락시 유동성 공급과 헤지(위험회피)거래 수단을 제공하는 등 시장효율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함에 따른 결제불이행 위험이나 투기적 공매도로 인한 공정한 가격형성 저해 등 부정적 영향이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공매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적 공매도를 억제하기 위해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시의무를 통해 대량 공매도 잔고 보유자에게 간접적으로 부담을 줌으로써 투기적 공매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잔고 공시제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를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개인/법인)는 공시 의무가 발생한 날로부터 3거래일이 지난 오전 9시까지 종목명과 인적사항(이름, 주소, 국적, 생년월일)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거래소는 감독원으로부터 그 정보를 전달받아 오후 6시 이후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돼있다

    ◇ "인적사항 공개, 공매도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부쳐 범죄시"

    당국은 공매도를 금지시킨 것이 아니라 대량 공매도 잔고 보유자에 대해서만 공시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하지만 보유자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까지 공시하도록 한 것은 이들을 투기세력으로 마녀사냥하듯이 몰면서 범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대상에게나 쓰는 방법으로 흔히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현황이 공시됐을 때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공매도 세력이 드디어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며 일부 언론에서 선정적인 제목을 달기도 했고, 공시에 관심이 집중돼 거래소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빚어지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공시대상자의 96% 이상이 우리에게는 낯선 외국계 기관투자자였고, 실제 몸통은 드러나지 않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 왜 잔고 공시를 한 거냐며 공시를 다시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공매도 잔고 공시는 귀중한 정보.. 잔고 많으면 주가 오를 가능성"

    공매도 잔고공시제도는 투자자들에게 공매도 잔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도입은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공매도 물량보다는 잔고에 관심이 많다. 잔고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잔고보유자가 공매도를 하면서 빌렸던 종목을 청산을 위해 되사서 갚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각 종목별로 공매도 물량은 알았지만 잔고를 알 수 없었다. 이 제도 도입으로 투자자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 "파생상품거래는 정당화.. 유사한 공매도만 규제"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량 보유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공매도를 투기세력과 연결지으면서 인적사항 공개와 같은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식거래행태에 비춰볼 때도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파생상품시장의 발달로 자본시장에서 가격의 하락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가지수선물 매도, 개별주식 선물 매도, 풋옵션 매입, 콜옵션 매도 등의 여러 전략이 쓰일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기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전략 중의 하나다. 공매도에 대해서만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선물이나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거래처럼 공매도도 정당한 주식거래 방법의 하나로 인정하자는 주장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공매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공매도 규제로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고 황세운 실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공매도 거래와 불공정거래행위는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 만일 공매도가 시세조종을 위해서 악용된다면 이는 공매도 규제가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매도를 제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공정거래세력을 처벌하고 부당이익을 환수함으로써 불공정거래에 대한 유인을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인적사항 공개, 한국형 헤지펀드 육성방침과 배치"

    인적사항 공개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송철 수석연구원은 “투명하게 정보를 주는 건 좋지만 인적사항 공개에 대해서는 조금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나 정책 당국 쪽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키우는 등 자본시장을 다양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헤지(위험회피)를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공매도 전략, 롱숏전략을 쓰면서 활동할 수 밖에 없는데, 인적사항이 공개되면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거래소, "인적사항 공개.. 당국이 미수용"

    홈페이지를 통해 공매도 잔고를 공시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측도 인적사항 공개에 대해서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마지못해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는 글로벌하게 인정되는 매매기법 중의 하나다. 그것을 범죄시하거나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 파생상품시장을 키우고 있는 마당에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지나치고 문제가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사전에 당국에 얘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숨 지었다.

    공매도 대량 보유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는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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