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맏형’ 서청원(8선)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측근 인사는 “10 대 0으로 ‘불출마’였던 흐름이 6.5 (불출마)대 3.5 (출마)수준까지 왔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의 발목을 잡은 ‘총선 책임론’ 프레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어 서 의원의 당권 가도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불출마에서 출마 쪽으로 선회하는 흐름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찬 회동이 있는 뒤 더욱 증폭됐다. 서 의원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한 재선 의원은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8선의 위치에서 국회의장직을 양보하시다니 대단하시다’고 했다”며 서 의원을 치하한 내용을 소개했다. 해당 의원은 서 의원 주변에서 박 대통령과의 대화를 들었다고 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서 의원에게 당의 최다선 의원으로서 후배 의원들을 지도하는 데 애를 많이 쓴다는 취지로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의원 주변에서 나오는 전언대로면 서 의원은 청와대에 가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당대회 출마 권유를 받고 온 셈이 된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격려한 내용과 같은 맥락에서 서 의원이 당을 화합으로 이끌 어른이라는, 이른바 ‘큰 형님론(論)’을 내세우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김종인 대표,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 원로급이 나서 안정화되지 않았느냐”며 연륜을 내세웠다.
서 의원의 행보도 출마 가능성이 점점 커진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주초쯤 상임고문단 등 당의 원로들을 만나 출마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과는 별개로 당내에서는 서 의원 역시 ‘총선 책임론’ 측면에서 불출마를 선택한 최 의원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관론이 여전하다. 최 의원과 서 의원은 각각 대구‧경북 지역과 수도권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4‧13 총선을 지휘했다.
최 의원도 출마 명분에서 밀린 측면이 강하다.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비박계 주자에 비해 월등히 경쟁력이 앞섰지만, 당의 화합을 위해 전당대회 출마를 접었다는 것이다.
서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의 파상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는 총선 책임론과 연관지어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짓고 서 의원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비박계 당권 주자들의 공세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당내 패권주의에 매몰돼 있다”(김용태 의원), “서 의원이 출마하면 전당대회에 개입하겠다”(나경원 의원), “(출마의) 과정이 비겁하다”(정병국 의원) 등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친박계가 결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10일 한선교(4선) 의원이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고, 원유철(5선)·홍문종(4선) 의원 등도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