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이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나눔 올스타의 3루수 박석민(NC)은 좌타자를 대비한 수비 '시프트'로 2루와 3루 중간에 서있었다. 3루 앞이 텅 비었다. 타석에 선 드림 올스타의 지명타자이자 박석민의 옛 동료 이승엽(삼성)은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
번트는 실패. 이승엽은 웃었고 박석민은 더 크게 웃었다. 이승엽은 박석민을 향해 계속 번트를 시도하겠다는 제스쳐를 보냈다. 1루수 테임즈(NC)는 움찔 했지만 박석민은 계속된 경고(?)에도 미동조차 없었다.
결국 이승엽은 4구째에 번트를 댔다. 타구가 투수 송창식(한화)의 정면을 향했다. 3루주자 민병헌은 박석민이 3루를 비운 틈을 타 여유있게 귀루했고 그 사이 이승엽이 1루에 안착했다.
정규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국민타자'의 이색 번트에 관중들의 박수와 응원이 고척 스카이돔을 가득 채웠다.
16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올스타전은 이처럼 평소 보기 힘든 프로야구 스타들의 볼거리 제공에 흥이 넘치는 무대였다.
나눔 올스타의 로사리오(한화)는 4회초 타석 때 "이게 뭐냐"고 말하는듯한 제스쳐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로사리오의 타격 성향을 감안해 드림 올스타가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 전원을 2루와 3루 사이에 배치한 것이다.
나눔 올스타의 6회초 공격, 드림 올스타의 박희수(SK)가 던진 공에 테임즈가 오른팔을 맞았다. 그러자 테임즈가 모자를 벗고 마운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페이크(fake)'였다. 테임즈는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1루를 향해 뛰어갔다.
박희수는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 테임즈의 의중을 파악한 뒤 환하게 웃었고 대기 타석에 있던 로사리오도, 경기장을 가득 채운 1만6300명의 팬들도 활짝 웃었다.
아무리 승부의 무게를 내려놓고 펼치는 이벤트성 경기라 해도 리그를 대표해 선발된 올스타들의 진검 승부가 빠질 수는 없었다. 게다가 승리 상금 3000만원이 걸려있고 미스터 올스타에게는 2900만원 상당의 자동차가 부상으로 주어지는 경기다.
드림 올스타가 5-3으로 앞선 7회말 박경수(kt)와 정의윤(SK) 등 LG 출신 타자 2명이 이재학(NC)을 상대로 연속타자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어 민병헌(두산)이 이날 자신의 두번째 아치를 그리며 세타자 연속 홈런을 장식했다.
KBO리그 올스타전 사상 통산 2번째 진기록. 지난 2010년 대구 올스타전에서 이스턴올스타의 양준혁,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가 최초로 3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