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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진경준, 버려야 하는 카드로 판단”

    검찰은 왜 의혹 제기 111일 만에 진경준을 구속했나

    - 한겨레 김태규 기자 “진경준, 초기에 언론대응 상당히 잘 한 셈”
    - 검찰은 언론과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 의혹이 사실이 아닐 거라는 ‘기대’ 갖고 있었던 듯
    - 결국 ‘터져나가는 둑’으로 판단, 특임검사 카드 꺼내들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18일 (월) 오후 6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태규 기자 (한겨레)


    ◇ 정관용> 진경준 검사장 구속 파장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겨레신문 김태규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김태규 기자 나와 계시죠?

    ◆ 김태규>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한겨레신문이 진경준 검사장 관련 의혹을 처음 보도했는데 그게 무슨 특별한 제보를 받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그냥 나온 의혹이죠?

    ◆ 김태규> 그게 3월 말이었는데요. 재산공개가 됐고 검사장, 검찰에서는 검사장이 차관급이 되니까 그때 처음으로 재산공개가 되는 거고. 그런데 저희가 사실은 제보가 있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시세차익을 상당히 거둔 게 상당히 의심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이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저희가 또 구체적으로는 몰랐어요. 구체적으로는 몰랐는데 어쨌든 이건 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검찰 안팎의 얘기가 있었고. 그래서 저희도 처음에 기사를 쓸 때는 이게 김정주 회장이랑 무슨 관계가 있고 봐주기 했고 이런 것이 아니라, 이런 시세차익을 거의 40억 가까이 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이상하니까 해명을 해야 한다. 이렇게 보도가 나갔죠.

    ◇ 정관용> 그러니까 좀 들여다봐야 한다는 제보도 있었고 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이미 다 드러난 내용이니까 추가로 더 취재할 것도 없을 것이고. 그렇죠?

    ◆ 김태규>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한겨레신문에 이어서 다른 언론도 다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까?

    ◆ 김태규> 처음에는 잘 보도를 안 하고 사설로 좀 비판적으로 따라왔고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은 이 의혹에 대한 해명에 대한 책임이 관련 공직자한테 있는데 그 공직자가 ‘별 문제 없다. 그리고 별로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저희가 사실은 추가로 더 취재를 할 수 있는 도구가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당시에 진경준 검사가 그걸 잘 알아서 별로 얘기를 안 했어요. 해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걸 가지고 저희가 또 단서를 삼아서 취재를 하기 때문에 당시에 어찌 보면 진경준 검사장으로서는 상당히 언론대응을 잘한 거였죠.

    ◇ 정관용> ‘별로 해명할 것도 없다’, ‘아무 문제 없다’ 이러고 말았다는 거죠?

    ◆ 김태규> 그냥 내 돈으로 샀고 이득을 봤고 백지신탁위원회에도 냈고 검사장 승진해서 이걸 팔았다. 더 이상 얘기가 안 나오게 봉쇄를 한 측면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후에 이제 차익이 40몇 억이 아니라 120억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그리고 그다음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가서 소명하는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때부터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했던 거죠?

    ◆ 김태규> 네, 그렇습니다. 사실은 당시에 법무부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문제는 공직자윤리위원회 소관이니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을 들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손을 놓고 있었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이건 처가한테서 돈을 받았다, 빌렸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 처음에 했던 내용과 좀 다른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죠.

    그걸 보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건 법무부에서 징계를 할 사안이다. 제대로 들여다봐라’ 그렇게 하면서 조금 실체규명 파악에 다가간 그런 상황이 된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문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법무부에다가 이건 징계할 사안이다라고 통보하고서도 한참 지나서야 특임검사가 임명됐지 않습니까?

    ◆ 김태규> 네.

    ◇ 정관용> 그 사이에는 그럼 무얼 한 거예요?

    ◆ 김태규> 그 사이에는 계속 언론, 여론의 눈치만 살핀 게 아닌가 싶고요. 이게 정말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이 확인이 되면 검찰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 그게 사실이 아닐 거라는 기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일단은 여론의 향배 그것만 계속 살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정관용> 아니, 특임검사가 임명되고 불과 며칠 만에 애초에 주식을 산 4억 얼마가 처가 돈도 아니고 넥슨한테 빌렸다가 다시 되갚은 돈도 아니고 완전히 공짜로 받았다는 것은 계좌추적을 조금만 해 보니까 금방 나왔잖아요?

    ◆ 김태규> 네.

    ◇ 정관용> 그런데 특임검사 임명되기 전 검찰에서는 왜 그런 계좌도 들여다보지 않았느냐 이거죠.

    ◆ 김태규>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고 그러니까 특임검사를 임명한 순간부터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표현이 된 거죠. 그 전에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기를, 잠잠해지고 진경준 검사장 사표 쓰고 그렇게 정리되기를 아마 바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홍만표 변호사 사건이 있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태규> 전관 변호사. 이 부분이랑 오버랩이 되면 검찰로서는 상당히 타격이 크다, 그런 점. 정무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 정관용> 그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 고위 간부들이 ‘뭐가 문제냐? 좋은 친구 둔 것이 부럽다’ 이런 말까지 했다고 그러는데 그러다가 특임검사 임명으로 또 변화한 건 왜라고 생각하세요?

    ◆ 김태규> 일단은 여러 가지 내사 자료나 이런 게 쌓였을 것이고요. 제보도 들어왔을 것이고 그리고 언론보도가 계속 나오고. 예를 들어 제네시스 차량을 받았다든지 이런 얘기들이 계속 나오니까 더 이상 이 터져나가는 둑을 막을 힘이 없는 상황까지 된 것 같고 어차피 그러면 진경준은 버려야 하는 카드인가 보다라고 판단을 하고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특임검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한마디로 말해서 의혹제기로부터 특임검사 오기까지는 어떻게든 그냥 끝내보려고?

    ◆ 김태규> 그렇죠.

    ◇ 정관용> 안 해 보려고?

    ◆ 김태규> 뭉개보려는 의도가 강했겠죠.

    ◇ 정관용> 그러다가 언론의 추적과 보도 등등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틴다, 이렇게 됐다는 거죠?

    ◆ 김태규> 그렇죠.

    ◇ 정관용> 그럼 버틸 수 있었으면 그냥 갔겠네요.

    ◆ 김태규> 그럼요. 저희가 모르는 부패비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예전에 법조 출입할 때 법무부의 한 핵심 간부검사가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유능한 기자가 알고 있는 수사상황은 20%가 채 안 된다. 빙산의 일각이고 저 밑에서 우리가 모르는 온갖 부조리와 이런 것이 엄청나게 많이 있는데...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한심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태규> 네.

    ◇ 정관용> 한겨레신문 김태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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