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단 성주 군민 간담회 모습 (사진=더민주 경북도당 제공)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신중론'을 고수해 온 더불어민주당 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식적인 기조에는 변화가 없지만 개별 의원별로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성주를 찾거나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하는 등 구체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식 회의석상에서는 재차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더민주 일부 의원들은 지난 3일 개별 의원 자격으로 성주를 찾았다. 정부의 사드 배치발표 22일만의 방문이었다. 참석한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소병훈 의원은 성주 군민 현장 간담회에서 "더민주 지도부가 이 자리에 와야 하는데 저희가 먼저 온 것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전 국민들이 사드 반대 열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당의 모습도 바뀌리라 믿는다"고 했다.
김한정 의원도 "더민주도 싸우고 있다. 국회에서 발언하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고, 정부 상대로 사드 배치의 졸속성과 부당성에 대해 지적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으라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4일 사드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국회 차원의 특위를 언급하며 "경쟁적으로 각 당이 성주를 방문하지 말고 국회 차원에서 공조하자"는 말을 하자, 성주에 내려갔던 손혜원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지 못할 상황이라면 차라리 가만히나 계시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글을 수정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당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김영호 의원 블로그)
더민주 사드대책위원회 간사인 김영호 의원 등이 개별 의원 자격으로 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방문하는 것 역시 적극적인 태도 변화로 볼수 있다.
김 의원 등은 학자들과 중국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과 만나 중국의 입장을 확인하고 피해 사례 등을 문서로 보고할 계획이다. 이 역시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시할 가능성이 크다.
4일 더민주 사드대책위 회의에서 김영호 의원이 '당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간다'는 점을 강조하자,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우상호 원내대표는 "너무 '개인 자격'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가서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라. 중국에게 북한의 핵 저지를 위한 과감한 행동을 요청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같은 회의에서 김현권 의원이 "(성주 군민들은) 특히 더민주에 대해서는 제1당으로서,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 민심을 듬뿍 받은 정당으로서 책임있게 사드 문제에 대해 행동해 달란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도부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더민주 지도부가 지난 3일 사드배치특위를 국회에 설치하는데 야3당이 공조하기로 합의한 것 역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신중론을 보이는 더민주에 대해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날을 세워오던 국민의당·정의당과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함께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신중론', '전략적 모호성'이지만 방향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더민주가 사드 반대 당론화를 위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당장 사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더라도, 추미애 송영길 김상곤 후보 등 다수의 당권주자들이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만큼, 이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의 입장이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더민주 의원은 "말만 신중론이지 사실상 사드 반대 입장 아닌가"라면서 "사드 논쟁이 불붙고 장기화되면서 지금의 신중론을 견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