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까?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따라 환웅과 웅녀 사이에 태어난 이, 고조선의 건국자 등의 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군이 개인이라면 2,30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존속한 고조선을 한 사람이 다스렸다는 말이 되니, 수긍하기 힘들다.
신간『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의 저자 윤내현은 단군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우리 역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말해준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단군은 고조선의 통치자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주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중국의 칭호인 왕이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 조상들은 통치자를 단군 또는 한이라 불렀다. 단군은 고조선의 최고신인 하느님의 아들 또는 하느님을 받드는 종교의 지도자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에 단군왕검 한 사람 이름만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단군을 단군왕검과 동일시하나, 사실 단군왕검은 여러 명의 단군 가운데 한 명이었다.
고조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고조선은 곰과 호랑이, 마늘과 쑥, 환웅과 웅녀, 단군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 아스라이 먼 고대왕국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달달 외우도록 읽으면서 한민족의 시원(始原)인 고조선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역사 교과서에서도 근현대에 비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한민족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고조선을 문헌사료와 고고학을 통해 연구하여 고조선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명저 『고조선 연구』로 우리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윤내현 교수가 청년들에게 바치는 고조선 이야기,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을 펴냈다.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은 14개의 키워드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신화’가 아닌 ‘역사’로서 고조선을 받아들이기 위해 가질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하고도 당연한 의문들, 즉 단군은 누구인가, 단군사화는 무엇을 말해주나,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무슨 뜻인가, 고조선은 언제 건국되었나, 고조선은 얼마나 넓은 나라였나, 고조선 사람들의 경제 활동과 생활 모습, 과학기술과 문학, 예술, 종교는 어떠했나, 고조선의 대외관계는 어떠했나, 그리고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은 어디에 있었나 등의 의문을 찬찬히 풀어준다.
고조선이라는 국명에 대한 설명도 우리의 무지(?)와 편견을 깨뜨린다. 고조선은 흔히 이성계의 조선 이전의 ‘옛 조선’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무려 2천 년 전에 이성계의 조선이 세워질 것을 미리 알고 ‘고조선’이라고 국명을 정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한자의 뜻으로 풀이하면 ‘옛날의 조선’이라는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되는 동안 고유명사화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고조선이라는 명칭은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위만조선과 같이 나중에 출현한 조선보다 더 오래된 조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단군조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잠깐. 글로벌화된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게 신화와 역사의 경계선상쯤에 존재하는 5천 년 전의 ‘케케묵은’ 고대왕국 이야기가 왜 중요할까? 지은이는 “고조선 사회와 문화의 성격은 우리 민족 사회와 문화 특성의 원형”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외래문화의 교류가 활발한 오늘날 같은 개방화의 시대일수록 민족의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고조선 사람들의 가치관을 알지 못하고는 우리 자신을 바르게 알 수가 없다”고 본다. 세계화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알 필요가 있듯이, 우리나라가 세계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 H. 카의 말에 동의하는 독자, 그리고 기꺼이 과거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고조선, 우리 역사의 탄생』은 고조선에 대한 오랜 ‘오만과 편견’을 깨주는 훌륭한 ‘고조선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으로그동안 학교 교육에서는 고조선의 역사를 자세하게 가르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고조선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고조선(또는 단군역사)에 관한 책들이 여러 종류 보인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학술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것들도 있다. 이런 현실은 고조선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고조선에 관한 이해의 부족이나 혼란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고조선을 바르게 소개할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고조선의 실상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너무 거리가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영토가 넓었던 것이라든지 경제 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높았던 것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고조선이 과연 이랬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철저한 학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옛 문헌이나 고고학 자료들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들이다. -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