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NEW 제공)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 그 어딘가에 연상호 감독이 서 있다.
첫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이라는 잭팟을 터뜨렸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고민이 깊다. 여전히 애니메이션 연출을 향한 열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학과를 졸업한 연상호 감독은 애초에 '화풍'에 갇히고 싶지 않아 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서울역' 미디어데이에서 "관객들이 나를 작품성 있는 감독으로 봐주는 것도 좋지만 사실 '특유의 색채'라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고 밝혔다.
'노선에 대한 고민이 없냐'는 질문에는 함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연 감독은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있는데 '서울역'처럼 8억 원 들여 만든 애니메이션에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2만 명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수익이 나지를 않으니 몇년 째 월급이 동결될 수밖에 없다"고 쉽지 않은 사정을 토로했다.
이어 "스태프들의 결정에 따를 것 같다. 대중성을 선택하든, 지금까지처럼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든 스태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굳이 '부산행'이 아니더라도 연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 작품들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힘드니 트로피도 그저 공허한 결과물일 수밖에 없었다. 투자는 박하고, 마케팅은 없다시피 한 곳.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열악한 현실이다.
연상호 감독은 "일단 어떤 아이템을 가져가도 투자가 잘 되지 않는다. 마케팅도 실사 영화 마케팅처럼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럴 돈이 없다. 200만 관객을 넘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그나마 제대로 된 마케팅을 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관객 장벽이 두텁고, 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한 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잘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디즈니조차 이 시장을 뚫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일단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이 하위 문화로 취급되기도 하고, 기본적인 시장 규모부터 차이가 나서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