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중대한 위법행위자'로 규정하고 '우병우 사수'에 나선 청와대의 초강경 대응이 패착으로 귀결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특별감찰관 제도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자가당착 논란을 불렀고, 여당 지도부마저 이 문제로 분열상을 노정하는 등 국정동력 상실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정보 누설 의혹을 들어 '중대한 위법행위', '묵과할 수 없는 사안', '국기를 흔드는 일' 등으로 맹비난했다.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은 거론됐지만, 우 수석의 혐의는 이날 발표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검찰에 '누구를 수사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본질적 사안(우 수석 혐의)을 주변적 사건(정보누설 의혹)로 덮은 본말전도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우 수석 혐의에 대한 공정 수사 촉구' 정도의 원론적 입장 발표로 충분히 형식적 균형을 맞출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이같은 흠집내기가 헌정사상 최초로 실시된 특별감찰의 상징성을 퇴색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고, 이번 감찰을 승인한 게 박 대통령 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성과를 부정한 게 된다. 자가당착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8월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사진=자료사진)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내 주변부터 더 엄격하게 다스리겠다"(대선후보 수락연설)며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공약했다. 이어 지난해 3월엔 여야와 대한변협이 추천한 3명의 후보자 중 '여당 몫'이었던 이 특별감찰관을 박 대통령 스스로 선택했다.
이 와중에 여론에 민감한 여당에서는 우 수석 관련 대응에서 이견을 확인시켰다. 앞서 우 수석 사퇴를 공개 촉구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나 혼자만이 아니고 대다수 의원 생각이 그렇다"면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동안 관련 언급을 자제해온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 이정현 대표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면서 우 수석 혐의와 이 특별감찰관 의혹을 동등한 '규명 대상'으로 언급했다.
청와대의 '우병우 살리기' 고집이 당청간 현안 인식의 괴리를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간 분열상을 초래하는 등 역효과만 만들어낸 것이다. 우 수석 거취를 빌미로 비협조로 일관할 다수 야당은 물론, 내분 위기에 놓인 여당으로 인해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권 관계자는 "그동안 청와대가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공격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정윤회 관련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가적 현안들이었는데, 우 수석 옹호가 과연 그때처럼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청와대가 가치가 의심스러운 일에 사생결단하듯 나섰다. 긁어 부스럼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제도이고, 이 사건을 청와대 무력화시켜서는 안된다. 본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향후 정치 파행, 나아가 국정 마비가 벌어지면 모든 책임은 우 수석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