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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안보 무시하는 구글, '지도반출' 정부 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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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법·안보 무시하는 구글, '지도반출' 정부 결정은?

    24일 정부 결정…구글, 개인정보 불법 수집 인터넷실명제 거부 등 국내 법 수차례 무시

    (사진=구글 지도 캡처)

     

    "세금 특혜냐 갈라파고스(기술 발전 역행)냐"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셌던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한 결정이 오는 24일 최종 판가름난다. 결정을 하루 앞둔 23일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 앞에서 작아지기만 하던 우리 정부가 이번만큼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 24일 지도반출 회의 앞두고 정부 결정 '주목'

    구글은 지난달 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분의 1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승인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이 국내 지도 반출을 요구해온 것은 지난 2007년부터 10년째다. 그러나 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우리 정부가 구축한 지도 데이터 반출 명분으로 구글맵 등 자사 서비스 제공 불허로 해외 관광객 불편 등 사용자 편의를 들고 나섰다. 구글은 또 지도 반출 금지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GO)'나 온라인 장터, 차량 공유 서비스 등 글로벌 혁신 기조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구글의 진짜 속셈이 '세금 특혜'인 것이 드러나면서 현재 국내 산업계와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은 구글 지도 반출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글은 지도데이터를 보관할 서버를 국내에 만들지 않고 외국으로 가져가려고만 한다. 이는 결국 국내에 서버(고정사업장)를 두지 않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직접적인 투자나 국내 사업자들과의 제휴 등을 통해 충분히 서비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 적용의 예외 둬 특혜를 누리려 한다"면서 "이는 공정 경쟁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국내에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는 구글에 국민이 세금 1조 원 가까이 들어간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은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사용자 편의를 볼모로, 구글이 정해놓은 구글 스탠다드에 따라 한국법의 예외 적용을 강요한다"면서 "이는 우리 정부와 사용자가 만만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 구글, 과거 인터넷실명제 거부, 지도 서비스 블러 처리 거부 등 정부 법 여러 차례 무시

    이같은 견해에 무게가 실리는 건 실제 구글이 수차례 국내법을 무시하고 자사 이익을 내세운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구글은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거리를 촬영하면서 지도 정보 외 인근 무선네트워크에서 한국 사용자 불특정 다수의 이메일, 비밀번호 정보까지 불법으로 수집했다.

    이에 정부는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2년 간의 수사 끝에 빈손으로 종결했다. 이미 구글 본사로 하드디스크를 넘기는 등 수사를 방해해 수사 진행 자체가 어려웠다. 또 구글 본사에 수차례 소환을 요구했지만 구글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조사는 멈췄고 2012년 2월 기소 중지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구글 앞에서 작아질 뿐이었다. 당시 해당 사건에 대해 방통위는 구글이 단말기에 저장되는 캐시 형태의 위치 정보를 암호화하라는 내용의 시정 조치 명령만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자 그제서야 재조사를 시작, 2014년 1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구글에 2억 123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거 구글은 유튜브의 인터넷실명제 도입마저 거부하기도 했다. 2009년 당시 일일 방문자 10만 명 이상으로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에 해당하자, 구글은 한국 사이트에 동영상, 댓글 등의 게시물을 올릴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당시 유튜브는 사용자 선택으로 국가를 선택할 수 있어, 게시판 기능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법만 교묘히 피해갔다.

    이번 지도 데이터 반출 사안에서도 구글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다. 우리 정부는 구글이 자체 보유한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위성사진 내 군부대 등 보안 시설의 블러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사업자가 이미 노출하는 상황에서 의미 없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 작은 시장 규모로 서비스 출시 배제하는 등 투자 없이 테스트 베드로만 활용

    구글은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지도 서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테스트베드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IT 전문가들이 "국내지도 반출이 승인된다면, 한국시장에 투자도 하지 않는 구글에 사실상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이유다.

    실제로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넥서스 출시를 미루거나, 크롬캐스트 2.0 출시 당시에도 한국은 1차 출시국가에서 제외했고, 크롬북 역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시장 규모상 우선 출시 국가거나 투자 대상에서는 배제하고 있다.

    지도 서비스 역시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지도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해 해마다 최소 수십억에서 많게는 백 억대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구글은 한국에서 지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SKT에 미미한 (2~3억 원으로 추정) 금액만을 지불하고 있을 뿐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혀 안 하고 있다.

    앞으로 지도와 관련해 한국 시장에서는 투자는 전혀 하지 않고, 글로벌 출시 우선 순위에서는 후순위에 놓이거나 배제될 가능성은 크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무시로 앞으로 우리 사용자에 대한 보호도 어렵지만, 구글 스탠더드로 조성된 구글 생태계에서 사용자 후생 역시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 시한은 오는 25일까지다. 정부는 법정 기한을 하루 전인 24일 국토해양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7개 부처 실무협의체 간 회의를 거쳐 데이터 반출 여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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