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사진=KBL 제공)
"본인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김민섭(SK)은 전주고 시절인 2006년 전관왕을 이끈 주역이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성균관대를 거쳐 오리온에 입단했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군 전역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에는 오리온의 화려한 멤버에 밀려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실력을 떠나 게으르다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런 김민섭에게 기회가 왔다. 트레이드다. 오리온은 조건 없이 김민섭을 SK로 보냈다. SK 문경은 감독도 슈팅 능력이 좋은 김민섭에게 기회를 줬다. 김민섭도 연습경기마다 맹활약하며 자리를 잡았다.
사실상 SK 공식 데뷔전인 23일 프로아마 최강전 16강 KT전. 김민섭은 SK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외국인 선수도 없고, 슈터 변기훈, 포워드 김민수도 빠진 상황이지만, 혼자 47점(6리바운드)을 올렸다. 3차 연장 끝에 132-140으로 져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았지만, 올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활약이었다.
47점은 프로아마 최강전 최다 득점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2년 이승준(당시 동부)이 한양대를 상대로 올린 36점.
문경은 감독은 "다들 알겠지만, 게으르고 자기밖에 모르고 소심하고 팀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면서 "박승리도 빠지고, 함준후도 몸이 안 좋아서 3번 라인이 없었는데 워낙 공격과 슛이 좋은 선수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SK 이적 후 동기들이 큰 도움이 됐다. 김선형, 변기훈 등은 18세 이하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 특히 주장을 맡은 김선형이 야간 훈련마다 김민섭을 데리고 나왔다. 김민섭도 술을 끊어가면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애썼다.
문경은 감독은 "휴일에도 늘 관심을 가졌다. 나보다 선형이나 기훈이 등이 잘 챙겨줬다. 분위기가 좋으니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술도 끊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김민섭은 특히 슈팅 능력을 인정해줬다. 기훈이도 없어서 민섭이 위주로 연습경기를 했는데 꼬박꼬박 득점을 많이 해줬다. 본인이 잘 준비했다"고 칭찬했다.
3점슛도 4개를 꽂았고, 송창무의 5반칙 퇴장 후부터는 골밑도 사수했다. 만점 활약이었다.
다만 막판 자유투는 아쉬웠다. 2차 연장까지 18개 중 16개를 넣었지만, 3차 연장에서는 4개 중 3개를 놓쳤다. 김민섭은 양 팀 최다인 48분50초를 뛰었다.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
문경은 감독도 "준비한 것에 80~90% 정도 했다"면서 "슛 하나는 좋은 선수다. 자유투도 정확한데 지쳤다. 사실 1차 연장에서 자유투 3개를 얻은 뒤 1개를 놓치는 것을 보고 오늘 경기는 힘들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