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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화주들 "죄라면 한진 배에 짐실은 죄밖에…"

경제 일반

    한진 화주들 "죄라면 한진 배에 짐실은 죄밖에…"

     

    -밤잠 설치고 속이 새까맣게 타
    -납품일 오는데 울고 싶을 정도
    -현대상선보다 안전하대서 실었건만
    -피해액 상상조차 하기 싫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화주(익명)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물류대란이 벌어진 지 일주일입니다. 항만이용료가 없어서 항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배가 79척. 지금 가장 속이 타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그 둥둥 뜬 배 위에 실린 짐의 주인들, 화주들이죠. 그저 한진해운에 화물 운송을 맡긴 죄밖에 없는데 지금 속이 새카맣게 타고 있다는군요. 한 분을 만나보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화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참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드리면서도 이게 입이 안 떨어지네요. 그러니까 한진 배에는 어떤 화물을 실으셨어요?

    ◆ 화주> 저희는 중동 쪽으로 수출하는 전기제품이 실려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전기제품을 수출하시는 거예요?

    ◆ 화주> 맞습니다.

    ◇ 김현정> 물량을 어느 정도나 배에 실으셨어요?

    ◆ 화주> 한 1억 원어치 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지금 그 배가 어디에 묶여 있는 건가요?

    ◆ 화주> 싱가포르 항구에 억류된 한진 로마호에 실려있습니다.

    ◇ 김현정> 싱가포르에. 지금 며칠째 그 상태죠?

    ◆ 화주> 지난주 화요일부터 지금까지이니까 한 9일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9일 정도. 납품기일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 납품기일은 언제까지였어요?

    ◆ 화주> 원래 정상적으로는 이 배가 9월 9일까지 두바이 항구에 도착을 해서 거기에서 다른 배로 갈아타서 저희가 수출하는 국가로 들어가게 돼 있었습니다. 9월 15일까지 도착 예정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럼 최종 목적지가 싱가포르가 아니에요?

    ◆ 화주> 싱가포르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 쪽으로 나가는 배들은 싱가포르라든가 말레이시아라든가 이런 중간 기착점에서 배를 다시 갈아타서 최종 목적지로 목적지까지는 모선을 타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가 지하철 갈아타고 가듯이.

    ◆ 화주> 맞습니다.

     

    ◇ 김현정> 싱가포르에서 한 번 다른 배로 갈아타고 마지막 종착지까지 가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 중간 터미널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배가 둥둥 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납품기일 못 맞추는 거네요.

    ◆ 화주> 맞습니다. 100%요.

    ◇ 김현정> 지금 심경이 어떠세요?

    ◆ 화주> 지난주 화요일부터 지금까지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5시간, 4시간을 잤는지 모를 정도로요. 금액이 저희 같은 중소업체에게는 정말 엄청나게 큰 금액이고 이것이 클레임까지 이어진다면 나중에 감당해야 될 금액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 김현정> 지금 1억 원어치의 물건인데 여기에 제때에 이걸 못 받은 바이어들이 항의를 하고 배상해라 이렇게 하기 시작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거군요.

    ◆ 화주> 맞습니다. 그쪽도 납품을 해야 하는 납기가 있기 때문에 다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현지에서 판매처와 또 최종 소비자까지 도착하는 데까지 다 맞물려서 발주를 넣고 생산을 하고 제품 인도를 제때 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에서 납기가 생명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한 곳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 4차, 5차 계속 연결되어 있는데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되는 곳이 한도 끝도 없다는 말씀이세요?

    ◆ 화주>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상황이 오게 될 거라고 예상을 당연히 못하셨겠죠, 짐 실을 때만 해도.

    ◆ 화주> 맞습니다. 5월, 6월까지만 해도 이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더 위험할 것이다라고 하는 얘기들이 많아서 오히려 저는 현대상선에 배를 안 태웠습니다. 왜냐하면 한진은 국적 1위 선사이고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선사이기 때문에 제가 듣기로 해운업이 시작된 이후에 이렇게 큰 선사가 하루아침에 대책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선례는 전세계에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사전예고라든가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던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우리나라 1위이고 세계 7위인 해운사가 설마 하루아침에 아무 경고도 없이 화주들에게 이렇게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모든 게 압류 상태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하셨어요.

    ◆ 화주> 맞습니다.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대기업 LG, 아실 만한 대기업들도 다 한진 배에 다 물건이 실려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현대상선에 태우려다가 조금 더 안전한 쪽으로 가자하고 선택한 게 한진해운이셨던 거예요.

    ◆ 화주> 보통 5월달, 4월달만 해도 업계에서 쇼어링 업체들 얘기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지인들 얘기로는 그리고 언론에서 들리는 얘기들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이 정도이기 때문에, 그때만 해도 “괜찮겠느냐, 한진해운에 물건을 실어도” 이렇게 물어보면 “더 어려운 여건에 있었던 현대상선이라든가 이런 데다가는 오히려 물건을 싣지 말고 한진해운이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해서 사실 지금까지 물건을 실어왔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지금 정부가 대책을 아예 안 내놓은 건 아니고요. 금융부분에 대해서는 빚진 회사들한테는 원금상환 기간을 유예해 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주는 식으로 최대한 지원을 해 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 화주> 1차적으로 바다에 떠 있는 이 화물들을 늦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최종 목적지까지 전달이 되어야 할 겁니다. 수출에 있어서 대금 결제는 물건이 일단 도착해야 결제 대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이 먼저 1차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을까 추정을 해 본다면 1차적인 대안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김현정> 지금 손해배상을 두 배, 세 배 해 주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대출 연장해 주겠다, 이게 무슨 소용이냐 이 말씀이세요.

    ◆ 화주> 맞습니다.

    ◇ 김현정> 한진 쪽에다 전화해 보셨어요, 항의해 보셨어요?

    ◆ 화주> 해 봤고요. 연락은 한 두어 번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법정관리 하루아침에 맞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화연결이 정말 쉽지 않았고요. 그쪽 또한 담당자도 패닉 상태였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컨테이너가 적재되어 있는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김현정> 화주도 패닉, 한진도 패닉 뭐 이런 상태네요. 여기까지 이렇게 해외 바이어선 뚫고 하느라고 고생도 많이 하셨을 텐데.

    ◆ 화주> 저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 다 마찬가지이겠지만요. 하나의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특히 시장정보가 부족한 우리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의 경우 각 나라마다 대기업들은 지사나 법인이 있지만 저희 같은 중소업체들은 다 발로 뛰어야 합니다. 특히나 이제 기술의 격차도 좁혀진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제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따낸 프로젝트를 오더까지 연결해서 오더를 받아서 안정화가 되려면 1, 2년이 걸리는데 그 어렵게 1, 2년 안정화된 제품을 공급을 하다가 끊기면 경쟁업체로 넘어갈 확률이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니까 지금 속이 새카맣게 타시고 밤잠이 안 올 수밖에 없겠네요.

    ◆ 화주>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정부나 한진해운 측에 하고 싶은 말씀 많으시겠어요.

    ◆ 화주> 속된 표현으로 하면 내 손에 흙 묻히기 싫은 듯한 느낌이 굉장히 많습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실까요.

    ◆ 화주> 모르겠습니다. 지금 법정관리 들어간 회사, 법정관리가 들어갔다 하면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또한 채권단이 도와야 한다는 한진 측의 얘기, 둘 다 참 납득이 안 갑니다. 답답하기만 하고요.

    ◇ 김현정> 망해가는 회사에 누구 하나 자기 돈 넣고 싶지 않은 이 상황. 이 상황 속에서 아무 죄 없는 화주들만 지금 속이 바싹바싹 타고 있단 말씀이세요.

    ◆ 화주> 맞습니다.

    ◇ 김현정> 너무나 무책임한 채권단, 정부, 한진해운 바라보면서 지금 뭐, 피를 토하는 심정이실 것 같은데.

    ◆ 화주> 참 울고 싶습니다, 정말.

    ◇ 김현정> 참...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냥 뉴스를 통해서 우리가 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구나가 느껴집니다. 하루빨리, 하루빨리 화물들이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기를 저희도 바라고요.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오늘 어려운 인터뷰 고맙습니다.

    ◆ 화주>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한진해운 배에 짐을 실은 화주 한 분 익명으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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